갑자기 극심한 두통과 구토 일어나면 ‘파열’ 의심
머릿속의 시한폭탄 ‘뇌동맥류(cerebral aneurysm)’
얼마 전 탤런트 안재욱씨가 미국에서 뇌출혈을 일으켰다고 언론에 보도되어 유명해진 뇌동맥류는 뇌동맥의 일부가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병으로 출혈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자각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뇌지주막하 출혈을 일으켜 심각한 신경학적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무서운 뇌혈관 질환의 하나이다. 실제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출혈 시 환자의 30% 정도는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한다. 30%는 병원에는 도착하지만 혼수상태에 빠져 치료를 해도 절반 정도가 죽는다. 적절한 치료를 해도 약 50%의 환자에게서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으며, 30% 정도만이 출혈 이전 상태로 회복이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뇌동맥류를 ‘머릿속의 시한폭탄’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뇌동맥류가 발생하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모른다. 다만 동맥 가지나 근위부에 주로 발생하는 것을 근거로 하여, 혈역학적으로 높은 압력이 가해지는 부위에 후천적으로 혈관벽 내에 균열이 발생하여 동맥류가 발생하고 성장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검예에서 뇌동맥류는 인구의 약 1%에서 발견되며, 뇌동맥류성 지주막하출혈은 매년 인구 10만명당 약 10-20명 정도 발생한다. 뇌동맥류는 3:2 정도의 비율로 여자에서 많이 발생하고 40-60세의 연령에 가장 흔하다. 뇌동맥류의 90%정도는 뇌지주막하 출혈로, 7%는 주위 뇌신경이나 뇌조직을 압박하여 증상이나 징후를 유발시키며, 3%정도는 우연히 발견된다.
뇌동맥류가 파열되어 뇌지주막하 출혈을 야기시키면 망치로 머리를 꽝 치는듯한 느낌과 함께 생애에서 가장 심한 두통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동반된 뇌 내 출혈로 인해 반신 마비와 같이 손상된 부위와 관련된 신경학적 결손이 나타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주막하 공간으로 흘러 들어간 혈액 성분 때문에 주변의 뇌동맥이 수축하는 혈관연축이 발생하면 뇌에 혈액공급이 감소하여 신경학적인 결손이나 의식 저하 또는 인지 기능(말하기, 쓰기, 생각하기, 계산하기 등)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한편, 출혈로 인해 지주막하 공간을 채우고 있는 뇌척수액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뇌실이나 지주막하 공간에 뇌척수액이 쌓이게 되는 수두증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의식 저하, 보행 장애, 기억력 장애, 그리고 빈뇨 등의 다양한 증상이 발생한다.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지주막하출혈은 가장먼저 뇌CT 촬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뇌지주막하출혈이 의심되나 CT에서 안보일 경우에는 MRI 시행하거나 요추부 천자를 통해서 피가 섞인 뇌척수액을 확인함으로써 진단할 수도 있다. 여기까지는 파열이 되어 뇌출혈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검사이고 실제로 파열된 뇌동맥류의 치료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터진 부위를 찾아내어 위치, 크기, 모양, 개수 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뇌혈관 조영술' 이라는 검사를 해야 한다. 이 검사는 직접 혈관을 촬영하는 방법으로 입원해서 검사를 해야 하며, 그 외의 방법으로는 CT 혈관촬영술이나 MRI 혈관촬영술 등이 있어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비파열성 동맥류의 경우 환자의 나이, 건강 상태, 동맥류의 위치, 모양과 크기 등을 고려하여 치료하게 되며, 크기가 약 2mm 이하로 작거나 환자 나이가 고령이면서 다른 중대한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 경과 관찰을 하면서 보존적 치료를 하기도 한다. 파열성 동맥류의 경우, 재출혈 가능성을 낮추고 이후 나타나는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치료하게 된다. 치료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개두술 및 뇌동맥류 결찰술과 혈관 내 코일 색전술이 있다. 뇌동맥류 결찰술은 신경외과에서 시행하는 전통적인 방법의 수술로서, 두개골편을 제거하고 뇌조직 사이에 위치해 있는 뇌동맥류를 확보한 뒤 작은 클립으로 기시 부위(origin)를 결찰(외과에서 주로 쓰이는 말로, 혈관을 묶거나 한 부분을 조이는 행위 혹은 그 방법)하게 된다. 최근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혈관 내 코일 색전술은, 보통 다리 쪽의 대퇴동맥을 통해 금속으로 된 작은 관을 집어 넣어 뇌동맥에 접근한 뒤 뇌동맥류에 코일을 넣어 막는 방법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환자 입장에서는 개두술을 하는 결찰술보다 부담이 적은 치료법이지만, 모든 동맥류를 코일 색전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의하여 신중히 치료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뇌동맥류는 고혈압, 여성, 고령, 흡연 등이 만성위험인자로 분류된다. 뇌동맥류에 의한 뇌출혈을 일으키는 위험요인으로는 고혈압이 알려져 있으며 스트레스로 인해 혈압이 갑자기 상승하는 경우도 위험요인이 될 수 있고 기온이 찬 날씨는 혈압을 올리기 때문에 겨울철에 뇌동맥류의 파열이 많이 일어나게 된다. 또한, 뇌동맥류는 가족력과 연관이 있을 수 있어 가족 중에 뇌동맥류를 경험한 경우라면 나머지 가족들도 미리 뇌동맥류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뇌 검진의 측면에서 뇌MRA 혹은 뇌혈관조영CT 등의 뇌동맥류검사는 5년에 한번 주기의 검사가 고려될 수 있다. 만약 '갑작스럽고' '극심한' 두통이 '구토'와 함께 동반되어 있다면 반드시 뇌동맥류 파열을 의심해야 하며, 빨리 병원을 방문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물론 완치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신경외과장 조재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