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시간대 외출 자제하고 수시로 수분 보충해야
온열질환과 건강수칙
역대 가장 길고 지루했던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었습니다. 내리쬐는 햇살과 땅에서 올라오는 엄청난 지열에 방역 마스크까지 더하니 가만히 있어도 금방 이마에 땀방울이 맺힙니다. 밤에도 쉽사리 잠을 이루기 어려울 정도로 열대야가 기승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 다습한 날씨와 코로나 방역으로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여야 하기에 이번 여름은 이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숨막히고 무더운 일상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성실한 대한민국의 국민성 탓에 무더위에도 평소와 다름없는 부지런함으로 주어진 일들을 감당할 때에 자칫 온열질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온대에서 아열대 기후로 변화되면서 최근 5년간 온열질환 환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특히 역대급 폭염을 기록했던 2018년도에는 온열질환으로 인한 환자수가 4526명, 사망자가 48명으로 질병관리본부에서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운영한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였으며 통계 외에 환자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온열질환은 열사병, 일사병, 열경련, 열실신, 열부종 등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증상 또한 피로감, 어지럼증, 두통, 구역, 구토 같은 가벼운 증상부터 의식소실, 혼수상태, 경련 등의 위중한 증상까지 다양합니다.
보통 사람이 외부온도에 적응하는 데에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수 주까지 걸리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장마가 끝나고 난 직후 바로 폭염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부 온도의 급격한 상승에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야외에서 오랫동안 작업하는 사람, 운동선수, 실내일지라도 습도가 높은 현장에서 작업하는 사람 등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되는 경우 온열질환에 쉽게 걸릴 수 있습니다. 온도가 섭씨 32.2도보다 높고 습도가 35%보다 높을 때 우리 몸의 열을 대기 중으로 발산시키지 못하게 되며 몸에 열이 쌓이게 됩니다. 심부 체온이 40도 이상일 때 우리 몸의 열 조절 기전은 완전 상실되게 됩니다.
몸에 열이 쌓이게 되면 중추신경계의 체온조절 중추의 기능의 이상으로 인하여 땀의 배출이 잘 되지 않고 혈관의 이완과 수축이 원활하지 않게 되어 우리 몸에 열의 축적이 가속화됩니다. 특히 심혈관질환자, 뇌혈관질환자, 당뇨병, 고혈압, 저혈압 등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노인과 어린이들은 탈수현상과 체온조절에 취약하므로 온열질환으로 인하여 여러 중요한 장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장 더운 시간대인 12시에서 17시 사이에는 외부작업이나 외출을 자제하여야 합니다. 부득이하게 외부작업을 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조직을 이루어 서로 건강상태를 확인하며 무리하지 않게 작업을 진행하여야 합니다. 밝은 색의 가볍고 통기가 잘 되는 느슨한 옷을 입는 것이 좋습니다. 양산을 사용한다면 외부 온도를 5도정도 낮추어 주는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수시로 수분보충을 하여 탈수를 예방하여야 하며 술이나 커피 등의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는 이뇨작용을 증가시켜 탈수를 가속화 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합니다.
온열질환이 발생했을 때 취해야 할 응급조치로는 우선 몸에 이상을 느낀 즉시 작업현장을 벗어나 서늘하고 그늘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옷을 풀고 미지근한 물이 묻은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어 체온을 내려주어야 하며 젖은 상태에서 선풍기 등을 이용하여 바람을 쐬어주면 좀 더 효과적인 체온 조절 효과가 있습니다. 너무 차가운 물을 몸에 뿌리는 경우 오히려 피부의 혈관을 수축시켜 열의 배출을 저하시킬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응급처치를 시행한 후에도 어지럼증, 경련, 의식저하 등의 증상이 지속될 때에는 즉각 119 구급대의 도움을 받아 가까운 병원에 내원하여 추가적인 응급조치를 받아야 합니다.
온열질환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온열질환과 환경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 그리고 예방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속되는 이상기후와 아열대에서 열대성 기후로의 변화는 필연적인 것으로 예상되는 바, 온열손상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과 지속 반복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또한 여름철에는 날씨확인과 더불어 온열지수 체감온도 등의 폭염특보에 귀 기울여 일상생활에 조율이 필요합니다.
특별히 제주도는 다른 지역보다 온도가 높고 대부분의 지역이 해안을 접하고 있어 다습하므로 온열질환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소개해드린 온열질환의 예방수칙과 응급조치를 잘 기억해두시고 건강하고 시원한 여름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상훈 응급의학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