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려면 열(熱)을 받아야 한다?
우리의 몸은 주변 환경의 변화와 관계없이 몸 속 상태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프로그래밍이 되어 태어났습니다. 이것을 항상성(homeostasis, 恒常性)이라고 합니다. 활력징후(vital sign)가 그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는데요. 활력징후는 우리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측정하게 되는 혈압, 맥박, 호흡, 체온, 이렇게 네 가지를 말합니다. 건강한 사람은 거의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지만, 질병과 같이 신체에 이상이 생기게 되면 변하기 때문에 입원 후에는 매일 측정을 하는 것이지요.
체온 역시도 체내의 생체조절 작용으로 항상성을 유지합니다. 우리 몸이 유지해야 할 온도는 약 36.5℃ (36~37℃)인데요. 36.5℃는 효소(신진 대사, 혈액순환, 면역체계에 관여)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온도이기 때문입니다.
체온은 건강상태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이므로 평상 시 자신의 체온을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정확하게 체온을 측정하는 방법은 항문을 통해 재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겨드랑이에서 재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겨드랑이에서 측정하는 것 역시 수은체온계를 사용해야하는데, 수은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피해를 꺼려하는 요즘에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손쉬운 방법으로는 고막체온계로 측정(귀를 위로 조금 당겨서 체온계 삽입)하는 방법입니다. 보통 정상 체온은 36.5℃로 측정이 되고, 구강이나 항문을 통해 측정하면 각각 0.5℃와 1℃ 정도 더 높게 나타납니다.
체온이 항상성을 유지하는 이유는 피부에 있는 온도 수용체에서 뇌의 시상 하부에 체온 조절을 위한 명령을 내리면, 시상하부는 교감신경과 근육에 신호를 보내 체온을 정상으로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체온이 정상보다 높으면 땀샘을 열고 혈관을 확장해 열을 방출하게 하고, 체온이 낮으면 땀샘을 닫고 혈관을 좁혀 체내 열을 보호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체온이 정상보다 다소 낮게 유지되는 사람(35~36℃)이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분들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질병이 생기기 쉬운 휴화산(休火山)과 같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체온이 1℃ 낮아지면 면역력이 30% 감소하는데 이는 신진대사에 필요한 효소의 활동이 약해져 산소나 영양분이 몸에 제대로 운반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몸이 차가우면 심장의 혈류량이 낮아져 심뇌혈관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소화기능이 저하되고 근육에도 이상이 생겨 두통이나 목, 어깨, 허리의 통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특히 여성의 체온이 떨어지면 생리통이 심하게 되고 골다공증도 쉽게 생기게 됩니다. 혈액으로부터 충분한 영양공급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체온이 정상보다 낮아지는 원인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앉아서 일을 하는 분들은 운동이 부족하게 됩니다. 지나친 다이어트나 불규칙한 생활습관을 가진 분들은 영양에 불균형(결핍)이 있기도 합니다. 몸이 늙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생리적인 변화로 인한 경우나, 만성질환(당뇨, 갑상선질환, 뇌졸중 등)과 연관된 약물복용으로 인해 자율신경과 호르몬에 불균형이 생기기도 합니다. 오랜 기간 동안 만성적으로 스트레스에 노출되면서도 올바른 방법으로 제때 해소하지 못하는 경우도 역시 체온 조절에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체온을 정상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체온이 올라가면 혈액 순환이 좋아지고 기초 대사량도 증가를 합니다. 몸이 따뜻해지면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백혈구의 활동도 좋아지는데, 체온을 1℃ 올림으로써 면역력이 4~5배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지요. 또한 장의 운동이 좋아지고 기억력 저하와 치매 예방을 위해서도 체온을 정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초 대사량이 증가하면 에너지 소비량이 많아져 비만 개선에도 도움이 되겠지요.
체온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체온이 다소 낮아진 것은 오랜 시간 좋지 않은 생활습관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므로 정상체온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도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합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요. 매일 실천이 가능한 방법을 간단하게 알아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운동(스트레칭, 유산소 운동), 반신욕(족욕, 목욕), 따뜻한 음식과 물, 스트레스 해소(심호흡, 노래 부르기), 자극요법(지압), 금연 실천이 바로 그것입니다. 물론 질병을 가진 분들은 잘못된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합당한 치료를 받아야 하겠습니다.
건강관리는 꾸준히 반복하는 것이 곧 힘입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매일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방법으로 해결되는 것도 없습니다. 실천하기 쉬운 것부터 시작해서 하나씩 추가하며 힘을 합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 오늘부터 시작해보도록 할까요?<김동렬․진단검사의학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