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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체 정보 바탕 맞춤치료시대 도래한다
작성일 2017.02.27
조회수 274

유전체 정보 바탕 맞춤치료시대 도래한다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_정밀의학


2015년 병리학회지 명칭이 The Korean Journal of Pathology에서 Journal of Pathology and Translational Medicine 으로 바뀌고, 병리전문의 구인광고에서는 precision medicine (정밀의학)에 관심 있고 분자병리에 경험 있는 자를 우대한다고 한다. 생검 조직을 슬라이드로 제작하여 진단하는 기존의 병리업무만으로도 빠듯하지만, 뭘 더 보강해야하는지 알아봐야만 했다.


중개의학은 기초연구와 임상의학의 중간에서 상호보완하고 연결해주는 영역으로, 여러 분야가 관련되어 있어 융합학 (Interdiscinary science)라고도 한다. 정밀의학은 환자의 유전체정보를 바탕으로 개인별 맞춤치료를 실현하고 나아가 예방하고자 하는 의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하지만, 이들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혈액형에 맞추어 수혈하고, 호르몬 수용체 양성인 유방암 환자에게 항호르몬제를 투여하는 것은 모두 맞춤치료의 형태이다. 다만, 2003년 인간게놈프로젝트 완성 후, 이를 임상의학에 적용하기위해 중개의학의 영역이 매우 중요해졌고, 이후 10여 년 동안 시퀀싱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기술과 방대한 유전체정보를 관리하는 바이오 인포메틱스, 약물유전체학 등의 분야가 급격히 발달하여 낙관적 전망을 가지고 정밀의학의 시대를 열게 되었다.

병리의사의 주된 업무는 암 진단이고, 정밀의학 중 가장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는 암 분야이므로 ‘정밀 종양학 (precision oncology)’을 통해 정밀의학의 최근 추이를 이해해보려고 한다.

기존 항암제는 같은 종류의 암환자에게 같은 치료를 한 후 반응을 관찰하며 정상세포도 공격하므로 부작용이 심하지만, 정밀의학은 환자에서 발견된 돌연변이에 맞는 표적치료를 하므로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다. 발표된 사례를 보자.

63세 남자에서 림프절과 폐에 전이가 있는 신장암이 발견되었다. 기존 항암제 치료 후 암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안정 상태에 들어설 때쯤, V600E BRAF 돌연변이가 발견되어 페무라페닙(vemurafenib․BRAF V600 inhibitor)를 사용하였다. 3개월 후 신장암은 4.7→4.1cm로, 림프절 전이종양은 9.6→5.8cm로, 폐전이 종양은 2cm→1.2cm로 감소했다. 당시 환자는 피로감, 경도의 호흡곤란, 두피의 피부암 (BRAF V600 inhibitor의 알려진 부작용)이 있었다. 이후 검사에서도 동일한 돌연변이가 관찰되어 페무라페닙을 계속 사용하여 효과를 보고 있다.

다른 사례를 보자. 25세 남자가 2003년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으로 진단받았다. 항암치료 후 호전되었으나 2008년과 2011년에 두 번의 재발을 겪었다. 두 번째 재발한 경우 대부분 치료할 수 없다고 간주되었다. 유전자검사에서 FLT3 유전자돌연변이가 발견되고, FLT3 길항제 수니티닙(sunitinib)를 사용하자 2주후 놀랄 만큼 호전되었다. 수니티닙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조혈모세포 이식술을 받았고, 이후 이식거부반응 합병증을 겪고 있으나 3년 이상 완전관해를 유지하고 있다. 환자는 암 생존자이자 내과의로서 ‘유전자 돌연변이 발견-실험적 검증단계-표적치료제 발견’을 거치는 중개의학의 단계적 도달과정을 경험하고 사례보고를 통해 정밀의학이 얼마나 유망한지 알리고자 했다. 또한 의료인들은 더 많은 환자를 돕기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정밀의학을 의료에서 최대한 활용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모두가 이렇게 낙관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오리곤 건강과학대학교 혈액종양의사의 의견을 들어보자 (2016년). “정밀의학은 단지 소수의 환자에서 단기간의 치료반응을 기대할 수 있고 불가피한 독성과 막대한 비용에 시달려야하므로, 2016년 현재에 유전체분석에 근거한 맞춤치료를 기대하는 것은 타임머신을 타고 암세포가 퍼지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에 대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MD앤더슨 암센터 시퀀싱 프로그램에 등록된 2600여명의 암환자 중 6.4%, 그리고 미국 국립암센터에 등록된 795명의 재발 암환자 중 2%만이 사용할 수 있는 표적치료제가 있었다. 또한 치료받은 환자 중 조금이라도 반응을 보인 것은 30% 내외이고, 무진행 생존기간은 단지 5.7개월이었다. 계산상 재발 암환자 중 ‘정밀 종양학’의 수혜자는 1.5%에 불과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밀의학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나타내는 전문가들이 더 많다.

혹자는 정밀의학만이 앞으로 나아갈 유일한 길이다 (2016, 토론토 서니부룩 의료과학센터)라고 했고, 메사츄세츠병원 암센터 병원장 (2016)은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유전자 언어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사례연구법이라 판단하고, 발표된 논문들을 모아 연구 분석하고, 여러 기관들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정밀의학의 정밀성을 개선할 것이다.”

2017년 현재는 조직기반 진단이 중요한 진단 방법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앞으로 액체 생검 이나 이미징 기술이 발달하여 생검 없이 암을 진단하고, 인공지능이 유방암을 진단하게 된다면, 병리과의 모습은 지금과 많이 달라질 것이다. 최근 병리학회의 변화는 이런 정밀의학을 준비하는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김봉희․병리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