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 미생물 이식으로 난치병 치료…미국 오픈바이옴
의학의 새로운 블루오션, 장내미생물(Gut Microbiota)
<김우진•진단검사의학과장 & 건강증진센터장>
2012년 6월 14일 네이처(Nature) 표지에 인체 미생물군집 프로젝트(HMP) 발표가 있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컨소시움이 5년간 약 1200억원을 투자하여 연구한 결과로 우리 몸의 세균수는 우리 몸 세포수의 10배인 100조개가 있으며, 우리 몸의 장기 중에서 균이 가장 많은 곳이 대장이며 그곳에는 약 400종의 미생물이 존재한다고 보고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 “10퍼센트 인간”이란 책이 출간되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주로 배양에 의존했던 미생물학 분야는 분자진단기법이 발전하면서 전기를 맞게 되었다. 기존 연구방법의 경우 배양이 어렵고 배양조건이 까다로운 균종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았으나 분자진단기반의 연구방법이 도입된 이후 배양이 어려운 균에 대해서도 조사할 수 있게 되었고 생태적인 접근이 가능하게 된것이다. 이후 새로운 용어들도 등장했는데 환경미생물학 분야에서 예일대학의 한델스만(Jo Handelsman) 등이 메타지놈(Metagenome)이란 용어를 사용하였고 토양에 사는 메타지놈과 식물간의 상호관계, 식물의 생장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한 연구도 더욱 속도를 낼 수 있게 되었다. 곤충학, 수의학, 의학분야에서도 마이크로비움(microbiome) 또는 마이크로비오타(microbiota) 등의 용어가 등장하였고 마이코로비움과 개체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많은 연구로 이어지게 되었다.
사실 장 미생물에 대한 관심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는데, 식세포 작용을 발견한 공로로 1903년 노벨상을 수상한 메치니코프는 불가리아 사람들이 장수하는 사실을 알고 그 비결이 그들이 자주 마시는 우유발효음료인 요구르트에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그 요구르트에 들어있던 L.bulgaricus라는 유산균을 배양해 자주 마셨다고 한다. 2005년 헬리코박터균(H.pylori)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워렌(Robin Warren)은 상재균에 의해 점막의 궤양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근래에는 다양한 질환군에서 장내미생물과의 연관성 연구가 행해지고 있는데 비만과 당뇨 등 대사질환, 류마티스성 관절염, 쇼그렌 증후군, 전신홍반성 낭창 등 자가면역질환, 천식, 아토피 등 과민성면역질환, 조현병, 자폐증 등 신경질환과 관련되어 쥐실험, 인간대상 실험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염증성장증후군 연구는 많은 결과물을 내고 있고 사용되는 연구기법은 다른 질환연구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한편, 최근에 미네소타대학병원의 흥미로운 발표가 있었는데 반코마이신이나 메트로니다졸로도 조절이 안되는 위막성대장염 환자에게 남편의 대변을 식염수에 균질화 후 환자의 대장에 넣어주었더니 치료가 되었다는 보고이다. 이후 2014년도에는 보스턴에 오픈바이옴(OpenBiome)이란 대변은행이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고 미국전역으로 치료용 대변을 보급하고 있다.
최근의 의학연구나 의료는 조기진단이나 예방에 촛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심혈관질환의 경우를 보면 과거 심혈관우회술(CABG)과 같은 수술치료에서 현재는 스텐트나 약물치료(balloon angioplasty and stent, antithrombotic or anticoagulation, statin) 등 조기진단을 통한 내과적 치료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한편, 장내미생물의 경우 연구방법이 발전하면서 많은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대사질환, 자가면역질환, 종양 등 여러 질환과 병인론 측면에서 연관성이 보고되고 있어 조기 진단과 유용미생물요법(prebiotic, probiotic, postbiotic)을 통해 예방도 가능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장내미생물 연구는 매력적이고 유망한 분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