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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후 일시적 기능부전…경과 관찰과 증상 치료 충분
작성일 2015.10.01
조회수 1,159
외상후 일시적 기능부전…경과 관찰과 증상 치료 충분
뇌진탕 및 뇌진탕 후 증후군


살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 다칠 때가 있다. 뼈가 부러진 정도가 아니라면 대부분 언젠가 낫겠지 하는 생각으로 방치하곤 한다. 그러나 머리를 다쳤다고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픈 것보다도, 내가 무언가 잘못되거나 평생 장애를 가지고 가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오늘은, 두부외상 (머리의 외상)의 가장 경하며 흔한 형태인 뇌진탕 및 뇌진탕 후 증후군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 뇌진탕 (Concussion)
의학적 정의로서 뇌진탕이라 함은, 외상 후에 나타나는 뇌의 일시적인 기능 부전으로 구조적 이상을 초래하지 않는 상태이며, 일과성 의식 소실을 동반할 수 있으나 주로 24시간 내에 회복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일견 복잡한 설명 같지만, 사실 의사들이 유식해 보이게 설명하는 대부분의 내용이 알고 보면 별것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뇌진탕은, 간단히 말해, 머리를 다친 후 잠깐 기절을 하거나 머리가 아파 병원에 갔더니 뇌 CT상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하는 경우이다. 따라서, 뇌진탕은 그 정의상 장애를 남기거나 사람을 사망케 할 수 없다. 그러나 응급실에서 “뇌진탕 입니다”라는 설명을 하면 환자나 가족들이 아연실색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뇌진탕에 대한 공포는, 아침 드라마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남자 주인공과의 극적인 재회를 맞이한 여주인공은 기쁜 마음에 신호가 바뀌기 무섭게 남자의 품으로 달려가다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한 트럭에 치이게 되고, 장면이 바뀌어 머리에 붕대를 감고 의식을 잃은 채 누워있는 여주인공을 내려다보며 의사는 남자 주인공에게 비장한 표정으로 말을 건네고 남자는 오열한다.

“뇌진탕입니다. 의식이 깨어나지 않으면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 응급실에서 만나는 의사가 배우가 아닌 이상 뇌진탕이란 용어를 사용했다면 의학적 정의에 따른 진단이지 아침 드라마 버전은 아닐 것이다.

뇌진탕은 그 자체로서 특별한 치료를 요하지 않으며 경과 관찰 및 증상 치료만으로 충분하다. 다만, 뇌출혈과 감별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응급실에서 찍은 뇌 CT에서 출혈이 없는 것으로 나왔는데 무슨 뇌출혈이냐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응급실에서 찍은 CT가 이후의 모든 뇌 상태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드물게는 초기 CT에서 보이지 않았거나 약간의 의심만 들던 출혈 소견이 시간이 지나면서 그 양이 증가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머리를 다치게 되면 두통, 오심, 구토, 졸림 등이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증상은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다 대부분 좋아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증상이 심해지면 지연성 출혈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이때, 중요한 소견이 명료기(Lucid interval)가 있는 경우이다. 이는 외상 후에 나타난 증상이 호전된 기간을 말하는데 이 명료기가 있은 후에 다시 증상이 생기면 지연성 출혈을 강력히 의심해 보아야 한다.

사실 뇌진탕으로 진단받은 환자가 이런 식으로 지연성 뇌 출혈을 경험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뇌출혈 여부와 관계없이 환자는 여러 불편한 증상들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것이 뇌진탕 후 증후군이다.

* 뇌진탕 후 증후군 (PCS: Post Concussive Syndrome)
뇌진탕 후 증후군이라 함은 뇌진탕으로 진단받은 후 수주, 수개월에서 길게는 일년 이상 느끼게 되는 일련의 증상들의 모임, 즉 흔히 말하는 후유증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저서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15%정도의 뇌진탕 환자는 지속적인 뇌진탕 후 증후군을 갖고 있다 하니 결코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뇌진탕 후 증후군의 증상은 신체 증상과 심리적 증상, 그리고 좀더 고차원의 정신기능의 증상이 있다. 신체증상으로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두통 및 어지럼증이다. 또한, 구역, 구토 같은 소화기계 증상과, 잠을 못 자는 불면증이나, 반대로 잠이 너무 많이 오는 과수면 같은 수면장애가 있다. 좀 덜 흔한 증상으로는 빛에 민감해진다거나 물건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 귀에서 소리가 들리는 이명과 같은 감각기계의 증상을 느끼기도 한다. 심리적 증상으로는, 불안하거나, 긴장되거나 우울하거나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기도 하며 성격이 변했다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그 외에 인지기능, 기억력, 집중력 같은 좀 더 고차원적인 두뇌기능의 저하를 경험하기도 한다. 사람들에 따라 이러한 증상을 정확히 서술할 수 있는가 하면 “머리가 맑지 않다” 라는 식으로 막연하게 묘사하기도 한다.

뇌진탕 후 증후군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힘들게 하는 건 겪고 있는 증상뿐 아니라 의사들의 부적절한 설명도 있다.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온 환자들에게서 많이 듣는 말이, “나는 아픈데 검사상 정상이라고만 해요” 나, “이건 딱히 치료 방법이 없대요” 라는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틀린 설명이 아니긴 하나, 이래서야 괴질이나 불치병과 딱히 다를 게 없지 않은가.

앞에서 기술했듯이 뇌진탕은 뇌 CT상 정상 소견을 보인다. 뇌진탕을 당한 뇌와 정상 뇌를 구분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양성자 단층촬영에서 뇌 혈류가 약간 감소했다라던지 기능성 MRI 촬영에서 기억과 관계된 기능이 약간 떨어져 보인다라던지 하는 뇌진탕을 객관화하기 위한 검사들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검사들은 보험의 적용도 안 될뿐더러 현재로서는 시행하는 의미도 없다. 이유는, 검사라는 것은 치료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도구인데 이러한 애매한 영상학적 진단을 내린다 한들 치료방향의 변화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뇌진탕 후 증후군의 증상은 임상적으로 내린다. 증상들을 물어보고 진찰함으로써 의사가 판단을 한다. 국제 질병분류 (ICD-10)에 따른 진단표가 있는데 복잡한 것은 의사들에게 맡기자. 위에서 기술한 증상이 있다면 내가 뇌진탕 후 증후군을 경험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또한, 고령일수록, 여성인 경우, 술을 많이 먹는 경우, 그리고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가 있던 환자들이 뇌진탕 후 증후군을 좀 더 자주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진탕 후 증후군의 치료는, 딱히 치료 방법이 없다기보다는 개별적인 증상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 주로 약물 치료를 하게 되는데, 이때 사용하는 약제들의 부작용이 또한 뇌진탕 후 증후군에 나타나는 증상들과 유사한 경우가 많아서 약을 복용하면서 새로 생긴 증상이 있으면 의료진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얼마나 치료하면 나을 것인가. 안타깝게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알 수 없다” 라고 밖에는 해 줄 수 없다. 다만, 뇌진탕 후 증후군의 치료에 심리치료가 중요한 축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심리적인 증상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비슷한데, 무너진 백화점이나, 가라앉은 배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면, 누구나 그 환자는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하나 접촉사고를 당한 환자의 심리상태는 쉬이 간과된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 또한 일생에 몇 번 겪지 않을 일이기 때문에 환자 당사자에게는 배가 가라앉은 것과 같은 심리적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정신과적 진료를 병행하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심리적 스트레스와 신체적 장애가 별개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건강할 때와 비교하면 지금 어지럽고 머리도 아프지만, 입원 당시를 돌이켜 보면 대부분 많이 호전 되었음을 알 게 된다. 원래 뇌진탕 후 증후군은 갑자기 씻은듯이 낫는 병이 아니라, 사춘기 여드름처럼 당장은 많이 불편하다가, 서서히 없어져, 어느 순간 잊혀지는 것이다. 지금 불편함에 너무 좌절하거나 우울해하지 말고 낙관적인 마음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백진욱•신경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