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에 대해 알면 건강이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반복되는 피로에 젖어 지내게 되면 “내가 느끼는 만성피로가 혹시 질병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번쯤 해보게 됩니다. 물론 질병으로 인해 피로라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아직은 질병 단계는 아니지만 다양한 육체와 정신적 문제로 인해 피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극심한 피로 자체가 질병인 경우도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질병으로 인한 피로의 경우 원인이 되는 질병이 치료되지 않으면 점점 더 심해지는 특징이 있으며 피로와 함께 여러 가지 증상이 동반하게 됩니다. 빈혈, 결핵, 만성 간 질환(만성 간염, 간경화 등), 당뇨병, 갑상선 질환, 신부전증, 심부전증, 암 등으로 인한 피로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빈혈은 숨이 차거나 어지러운 증상을 나타나게 되고, 간 질환에서는 소화 불량이나 황달, 복수가 동반되며, 당뇨병은 물을 많이 먹고 소변도 자주 보며 체중이 감소하는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갑상선 기능항진증에서는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데도 불구하고 체중이 줄며, 갑상선 기능저하증은 피부가 거칠어지고 추위를 잘 타며, 변비, 체중 증가 등의 증상을 동반합니다. 심부전증에서는 운동할 때 숨이 쉽게 차게 되고, 흉부 압박감이나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신부전증에서도 몸이 쉽게 붓게 됩니다.
정신적 문제로 인한 피로 중 가장 흔한 경우는 우울증과 불안증이 해당됩니다. 우울증 환자는 기분이 처지게 되므로 매사에 의욕이 없고 무기력하게 되며 정신 활동이 느려지는 증상이 피로와 동반됩니다. 또한 불면증, 두통, 식욕 부진(또는 증가), 소화 불량, 변비, 성욕 감퇴 등의 신체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불안증의 경우 쉽게 할 수 있는 일상생활을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으며, 근육의 긴장과 심장의 박동이 항진되어 있고 두통, 불면증, 흉부 압박감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나게 됩니다. 물론 이와 같은 경우에는 혈액이나 방사선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고 감정(심리) 상태에 따라 피로의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특징을 보입니다.
만성 피로의 가장 흔한 원인이 사회․심리적 스트레스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사실 많지 않습니다. 과다한 업무량, 불규칙한 생활, 휴식 부족, 마음의 여유 부족, 경쟁 심리, 지나친 집착, 완벽주의, 과음, 운동 부족 등이 스트레스와 연관된 문제들인데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기 시작한다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겁니다.
피로 자체가 질병으로 분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성피로증후군(慢性疲勞症候群, chronic fatigue syndrome, CFS)이 바로 그것인데요. 충분한 휴식 후에도 피로가 회복되지 않고, 특별한 원인 없이 일상생활의 절반 이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정도의 극심한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피로와 함께 미열(37.6-38.6), 목의 통증, 임파선(목이나 겨드랑이) 비대와 통증, 전신적인 근육 쇠약감, 근육통, 지속적 피로감, 두통, 관절통, 신경적 증상, 수면장애 등과 같은 증상들이 동반됩니다. 건강하던 사람이 감기를 앓거나 급성 스트레스에 노출된 후 갑자기 발병하기도 하며 만성적으로 서서히 나타나기도 합니다. 많은 환자가 여자이며 보통 25세에서 45세 정도에서 많이 관찰이 되는데요. 만성피로 증후군의 경우 혈액검사에도 특별한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보통이므로 정신적, 육체적인 안정을 유지시켜 주는 것이 우선적 고려사항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증상이 심하다면 의사 선생님에게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하겠지요.
2003년도에 법원이 만성피로증후군도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는데요. 하지만 만성피로증후군의 원인과 치료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도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감염성 질환, 면역체계 이상, 내분비 이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만성피로증후군은 심각한 증상을 나타내는 질병이므로 만성피로와 구분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비전문적인 자가진단을 하기 보다는 의사 선생님과의 진료를 통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피로는 휴식을 요구하는 정신적, 육체적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몸과 마음의 휴식이 없다면 쉬 피로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게 되므로 꼭 쉼을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과 함께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라는 말이 있습니다. 피로가 무거운 짐으로 어깨를 누르고 있다면 새겨들어야 할 고언(苦言)입니다. <김동렬․건강증진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