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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상식

응급실과 고혈압
작성일 2020.10.28
조회수 1,245

30~40대, 고혈압 방치할 경우 더 큰 위험

응급실과 고혈압

 

 

 

대한고혈압학회의 2019년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의 28%는 고혈압이 있고, 이 중 30세 이상 49세 이하의 젊은 연령층에서 자신이 고혈압이라고 인지하는 비율과 치료를 받는 비율은 50% 미만에 머물러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고혈압 진단 기준은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완기 혈압 90mmHg입니다. 이는 미국심장학회의 2017년 강화된 지침인 수축기 혈압 130mmHg, 이완기 혈압 80mmHg에 비해서 다소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좀 더 엄격하게 고혈압으로 진단하여 조기에 혈압약을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고혈압은 뇌졸중, 혈관성 치매, 심근경색, 심부전, 신부전, 대동맥질환, 망막병증에 의한 시력 상실 등의 주요 유발 원인입니다.

 

응급실에서 일하다 보면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뇌출혈, 뇌경색, 심근경색으로 사망에 이르거나, 사망하지 않더라도 남은 평생을 자리에 누워 가족의 보호를 받으며 지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환자 본인에게도 남은 가족들에게도 날벼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고혈압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젊을 때는 혈관의 탄력성 때문에 증상이 심하지 않아 괜찮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에 의한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혈관 벽에 기름때가 끼고 혈관이 탄력을 잃고 딱딱해져서 마치 녹이 슨 수도관처럼 되는 죽상경화증이 발생하고, 이 녹슨 수도관 같은 혈관에 피떡(혈전)이 생겨 막히면 뇌경색, 심근경색이 되는 것이고, 혈관이 터지면 뇌출혈이 되는 것입니다. 당뇨가 있거나 담배를 피운다면 이 과정은 더욱 빨라집니다.

 

혈압약(항고혈압제)을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오해가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혈압약은 끊을 수 있습니다. 고혈압이 생기는 원인으로 비만, 과식, 짜게 먹는 습관, 음주, 운동 부족 등이 큰 영향을 미치는데, 운동을 열심히 하고, 살이 빠지고, 식습관이 조절되어 혈압약을 점차 줄이다가 혈압약이 없이도 정상혈압을 유지한다면, 주치의와 상의하에 혈압약을 끊을 수 있습니다. 혈관이 딱딱해지기 전에 일찍 시작해야 합니다. 혈압약을 일찍 시작할수록 혈압약을 졸업할 가능성은 더욱 커집니다.

 

물론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평생을 통해 만들어온 삶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혈압약을 끊는 데 성공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혈압약을 끊지 못하더라도 혈압약을 시작하지 않은 사람보다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습니다.

 

측정한 혈압이 높아서 응급실에 오게 되거나 두통, 흉통 등으로 응급실에 왔는데 혈압이 과하게 높은 경우에는 혈액검사, 심전도, 소변검사 등 기본검사가 이루어집니다. 환자의 증상과 의사의 판단에 따라서 뇌 CT 검사, 흉부 CT 검사, 복부 CT 검사 등 정밀검사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응급실에서는 통증, 심리적 흥분 등으로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평소보다 혈압이 높게 측정되는 경우가 흔하지만, 수축기 혈압이 180mmHg, 이완기 혈압이 120mmHg 이상이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응급실에서는 고혈압으로 인해 발생한 뇌출혈, 뇌경색, 심근경색, 대동맥 박리, 급성 신부전 등 표적 장기의 손상을 찾고 수축기 혈압을 160mmHg, 이완기 혈압을 90mmHg를 목표로 조절합니다.

 

증상과 혈압이 조절되고, 표적 장기의 손상이 발견되지 않아 응급실에서 퇴원하고 나면, 이후에는 고혈압의 전문가이신 내과 전문의 과장님들의 시간입니다. 꼭 가까운 시일 내로 내과 외래를 방문하여 장기적 혈압 조절 계획을 세우고, 필요에 따라 24시간 혈압계 착용, 호르몬 검사, 정밀 심장 초음파 검사, 경동맥 초음파 검사 등 고혈압의 원인 및 전신상태에 대한 추가적인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혈압약을 먹고 있는 중에도 혈압이 잘 조절되는지 주기적인 평가가 필요하며 결과에 따라 혈압약을 증량 혹은 감량하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혈액검사, 소변검사, 심전도, 흉부 X-선 검사와 같은 합병증 검사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주기적으로 하는 정기건강검진에서 혈압 측정을 한 번에 통과하지 못하고 다시 측정했던 경험이 있다면 꼭 혈압약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시적인 패배감이 들 수도 있지만,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인생의 진정한 승자입니다. 인생은 마라톤입니다. 혹여 보험 가입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면, 고민하지 마세요. 죽거나 병들어 보험금 타는 것보다 하루라도 먼저 혈압약을 시작해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훨씬 가치 있습니다.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2020년, 나와 가족의 행복과 미래를 위한 선물로 혈압약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정말 늦습니다. 증상이 생겨 응급실로 오기 전에 외래 진료를 통해 혈압약을 시작하세요. 젊음에도 예외는 없습니다.

 

 

<정회환 응급의학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