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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상식

혈액 등 체액에서 유전자 분석해 암 진단
작성일 2021.07.28
조회수 240

액체생검

 

2015년 미국 MIT 선정 10대 미래유망기술로 손꼽힌 혁신적인 진단방법

유전자 정보 분석해 암 발생과 연관된 유전자 변이 발견되면 즉시 처방

분석할 수 있는 양 매우 적어 고도의 기술과 주의를 필요로 하는 검사

 

 

우리 몸에서 암세포가 자라는 경우, 암세포 자체 또는 암세포에 대한 우리 몸의 면역 반응으로 여러 가지 물질이 나타납니다. 효소, 호르몬, 단백질, 유전자 등이 바로 그것인데요. 이와 같이 불청객인 암의 등장과 함께 혈액 속에 나타나는 물질을 측정하여 암을 진단할 때 사용합니다.

암을 검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종양 표지자(tumor marker) 검사가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종양 표지자는 암이 생겼을 때 증가하는 단백질을 검사에 주로 사용하지만, 암이 아닌 경우에도 증가하는 가짜 양성(false positives)을 보이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종양 표지자보다 정확하게 암을 검사하는 혈액 검사를 개발하게 되었고, 최근 새로운 암 검사법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암 세포는 괴사, 사멸, 분비 과정에서 깨어진 유전자(DNA) 조각을 혈액 속으로 방출합니다. 이와 같은 혈장 내 유리 핵산(cell free DNA; cfDNA)를 얻어서 암세포에서 유래된 DNA (circulating tumor DNA; ctDNA)를 추출한 후, 유전자의 체세포 돌연변이와 메틸기가 붙은 유전자 정보를 측정하면 암이 발생했는지 여부와 암이 생긴 부위를 진단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암이 발생한 조직(폐, 간, 위, 유방, 대장 등)에 따라 유전자의 메틸화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특징을 근거로 합니다. 이것이 바로 암 진단과 치료 분야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액체 생검(liquid biopsy)입니다.

 

암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으로 조직 생검(tissue biopsy)을 시행해 왔습니다. 조직 생검은 미세한 주사바늘을 이용하거나 개복을 통해서 암 조직을 직접 채취해야하는 침습적인 암 검사방법입니다. 하지만 종양의 위치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조직 생검을 시행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같은 장기의 암이어도 암 조직 내에서 생물학적 특성이 다르게 나타나는 암 이질성(tumor heterogeneity)을 보일 수 있어서, 조직 생검 결과가 적절한 치료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조직 검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새로운 진단방법이 액체 생검입니다.

액체 생검은 미국 MIT가 선정한 10대 미래유망기술(10 Breakthrough Technologies in MIT technology review, 2015)로 발표될 정도로 혁신적인 진단방법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액체 생검은 조직 생검에서 따온 용어로서, 기존의 조직 생검을 대체할 수 있는 검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암 조직 대신 말초혈액, 즉 침습적 방법을 통해 조직(세포)를 얻는 방법이 아닌, 혈액 등의 체액(liquid)에서 특정 장기에서 유리된 유전자(DNA, RNA, 마이크로 RNA)를 분석하여 암을 진단하는 것입니다.

액체 생검은 암 조직에서 떨어져 나와 혈액에 존재하는 암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여 현재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한 번의 혈액 채취로 우리 몸 안에 존재 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암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특히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의 급속한 발전으로 유전자를 분석하는 정밀도가 크게 향상되어, 일반인을 대상으로 암 조기검진용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혈액은 조직에 비해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고 여러 번 반복 채취가 가능하기에 액체 생검의 큰 장점입니다. 암세포 특유의 유전자 돌연변이 및 유전적 변화를 검사할 수 있으므로, 종양 표지자에서 관찰되는 위양성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우수한 검사입니다.

 

유전자 기술의 발달로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맞춤치료를 위한 동반진단(companion diagnosis)이 점차 발달하고 있습니다. 액체 생검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이유도 동반진단과 함께 맞춤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액체 생검을 통해 암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고 암 발생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된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면, 그 유전자 돌연변이를 타겟(target)으로 한 항암제를 처방하는 것입니다. 같은 암 환자에게 같은 항암제를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어떤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지에 따라 맞춤형 항암제를 처방하는 것이지요. 이는 약물 반응성을 예측할 수 있어서 약효를 증대시키게 되지만 약물로 인한 부작용을 예측할 수 있어서 부작용은 감소시킬 수 있어서, 환자의 고통과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액체 생검은 고도의 기술과 주의를 요하는 검사입니다. 1. 분석할 수 있는 양이 매우 적습니다. 암과 관련된 증상이 없는 초기 암의 경우에는 혈액 내에 혈중 종양 DNA(ctDNA) 양이 1~10ng/ml 정도로 매우 소량 존재합니다. 2. 분석 시간이 짧아야 합니다. ctDNA는 반감기가 2시간 정도로 짧기 때문에 혈액을 채취 한 후에 추출 및 분석이 빠른 시간 내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3. 혈액 취급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cfDNA는 이미 작은 조각(100~1000bp)으로 잘려진 상태인데, 혈액 채취에서 cfDNA를 추출할 때까지 모든 단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더 분해가 되어 정확한 검사가 이루어 질 수 없습니다.

 

모든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게 되면, 설사 암이 생긴다 하더라도 암 생존율은 높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액체 생검이 암 생존율을 높이는데 기여하게 될 미래입니다. 액체 생검, 선택 검사가 아닌 필수 검사가 될 날이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 개인의 유전정보, 질병정보, 생활정보 등을 토대로 정밀하게 개인을 분류하고, 이를 활용해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의료기술

 

 

 

<진단검사의학과장 김동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