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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 생과 사를 가르는 시간입니다 (2)
작성일 2011.09.01
조회수 2,208

심장정지 환자에서 빠른 제세동 치료(심장정지 후 5 분 이내의 제세동)의 중요성은 다음의 몇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우선 심장정지 환자들의 초기 심장 리듬은 심실세동이며, 심실세동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제세동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공적인 제세동이 이루어질 확률은 감소되어 심실세동은 수분 내에 무수축(asystole, 심장이 전혀 움직임이 없는 상태)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효과적인 심폐소생술과 함께 심장정지 후 8분 이내에 제세동이 이루어지면 많은 환자들이 신경학적 후유증 없이 생존할 수 있으나 생존율은 제세동이 1분 늦어질 때마다 7~10%씩 감소하게 됩니다. 따라서 자동체외제세동기를 조기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반인에 대한 심폐소생술교육, 자동체외제세동기 사용교육과 더불어 자동체외제세동기의 확대 보급 및 설치를 통해 선진국에서는 심정지 환자의 평균 생존율을 약 23~25% 정도로 보고하고 있으며, 시애틀의 경우에는 43%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발표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한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이 길을 가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람을 발견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 몸이 경직되고 손발이 차가워서 팔, 다리를 주무른다.
2. 병원에 가야하므로 119에 신고한다.
3. 도와달라고 소리치고 사람들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4.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이 반드시 있을 것이므로 그냥 모른척 하고 지나치거나,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구경한다.


1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하는 잘못된 대표적인 모습이며 2번, 3번은 일부는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4번은 우리가 현장에서 가장 흔하게 목격할 수 있는 모습 중 하나입니다.

 

연세대 원주의대 응급의학과 황성오 교수팀이 1991년부터 2003년까지 병원 밖에서 심장마비가 일어나 응급 이송된 환자 943명을 분석한 결과, 심장마비 발생 후 심폐소생술이 이뤄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40분. 거의 모든 환자가 병원에 와서야 처음으로 심폐소생술을 받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일반인 목격자에 의한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3.4%였으며, 구급대원 비율도 10% 미만에 그쳤습니다. 이 때문에 환자의 생존율은 0.8~6.8%에 머무르며, 뇌기능의 손상 없이 정상적인 사회생활로 복귀하는 경우는 2.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비슷한 기간 미국 심정지 환자의 생존 퇴원율 25%에 비하면 약 10분의 1정도의 환자만이 사회로, 가정으로 복귀하는 참으로 부끄러운 결과입니다.


또한 대한순환기학회가 전국 15개 대학병원에 이송된 환자 236명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일반인의 심폐소생술은 단 한 건도 없었으며 구급대원이 시행한 경우도 단지 31건(13.1%)뿐이었습니다. 결국 치료 후 살아서 퇴원한 환자는 단 6명(2.54%)뿐이었습니다.


 그리고 2003년 80만9017건의 ‘119’ 응급 출동 중 앰뷸런스가 현장에 도착한 후 환자를 5분 이내에 병원으로 데리고 가지 못한 경우도 62만4127건(77%)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연간 약 4 만명 정도에서 심정지가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단 1%의 생존율만 향상시켜도 소중한 400명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위해 몇 년 전부터 대한심폐소생협회를 주축으로 많은 의료기관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인명구조술 교육과정을 개설해오고 있습니다.

 

'생과 사를 가르는 4분'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이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말입니다. 심장이 멈춘 상태에서 뇌는 더 이상의 산소와 혈액을 공급받을 수 없게 되며 그로인해 뇌손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심장이 멈춘 후 4분 이상의 시간이 지나면 비가역적인 뇌손상이 발생하게 되어 결국에 환자는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설령 4분 이후에 심폐소생술 또는 병원치료를 받게 되어 다시 심장박동이 회복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뇌손상이 비가역적으로 진행되어 결국 뇌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채 식물인간이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응급환자의 초기 처치는 119 구급대만이 시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119구급대가 연락을 받고 현장에 도착하는 평균시간이 8분 가량 걸리며 다시 환자를 구급차에 실어서 병원까지 도착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현장에서 목격자에 의해 심폐소생술이 시행되지 않았던 경우 대부분의 환자는 병원 도착 당시에는 이미 비가역적인 뇌손상이 발생한 후가 되는 것입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쓰러져 있는데 그저 하염없이 119 구급대만을 기다리며 ‘생과 사를 가르는 4분’을 헛되이 소비한다면 이후에 느낄 안타까움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므로 환자가 발생한 현장에서 즉시 시작되는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저희 제주한라병원은 이미 미국심장학회(AHA) 및 대한심폐소생협회에서 인증받은 기본인명구조술 교육 기관입니다. 또한 2011년부터 제주권역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해야하는 도내 최상위 응급의료기관으로 도민 및 지역병원 관계자, 소방공무원, 학교 등에 기본 인명구조술 교육을 확대 시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모쪼록 많은 분들이 기본인명구조술을 교육받고 도움이 필요한 우리 가족, 우리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을 전해줄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단 응급의학을 전공한 저만의 바람은 아닐 것으로 생각합니다.

 

나 하나로 또 하나의 생명을.......

대한심폐소생협회의 표어입니다.

<문이상 응급의료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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