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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유산되면 내과적 질환 유무 검사 필요
작성일 2022.06.30
조회수 101

 유산, 산모 탓 아니다

 

염색체 이상으로 유산 일어나는 경우가 절반이상 차지해

임신중 유산예방위해 무조건 휴식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

 

꼭 산부인과 의사가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누군가가 유산을 했다는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들어볼 수 있다. 그럼 어떤 이는 안쓰러워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유산한 여성을 탓하기도 한다. 사실, 아주 많은 경우에서 굳이 다른 누구에게서 쓴 소리를 듣지 않더라도 유산을 하게 되면 본인 스스로를 책망하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참 많다. 그렇다면 정말로 유산은 임신한 여성이 무언가를 잘못해서 빚어진 일일까?

 

먼저, 유산의 정의부터 짚고 넘어가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the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 와 세계보건기구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등에서는 재태 주수 20주 미만 혹은 태아 무게 500g 이하일 때 임신이 종결되는 것을 유산으로 정의했다. 하지만 재태 주수 20주와 태아 무게 500g 은 꼭 일치 하지 않아서 쉽게는 태아가 세상에 태어나 살아날 수 있는 시기 이전에 임신이 종결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렇다면 유산의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원인들 가운데 50% 가량은 태아의 염색체 이상에 의해서 일어난다. 염색체 이상이란, 인간을 구성하는 23쌍의 염색체 구성에 변화가 생겨 발생하는 이상을 일컫는데, 예로 다운 증후군, 터너 증후군 등을 들 수 있다. 염색체 이상으로 인해 유산이 되는 경우에서 터너증후군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다른 원인으로 감염, 산모가 지니고 있는 여러 기저 질환들(당뇨, 비만, 갑상선 질환, 루푸스와 같은 자가 면역 질환 등), 암에 대한 치료를 받았거나, 유해한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등이 유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유산의 대부분은 임신된 아이의 염색체 이상 혹은, 임산부 본인 스스로도 모르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건강상 이상으로 인해서, 생활을 하고 있는 환경적인 요인 등에 의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술, 담배, 마약을 하는 경우는 조금 예외다.

 

그러면 임산부가 편히 집에서 쉬지 않은 경우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산 뿐만 아니라 여러 임신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서의 무조건적인 임산부의 휴식은 오히려 그러지 말 것이라고 권고되고 있다.

우리 나라 여성은 임신을 하면 무조건 안정을 해야한다는 강박 아닌 강박에 휩싸여 있으며, 특히나 초반에 질 출혈 등의 이상 증세가 동반이 되면 그런 강박은 더욱 강해진다. 이러한 강박 아닌 강박은 사실 의료진도 마찬가지이다. 꼭 상관관계가 있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질까 하여 절대 안정을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마찬가지이다.

2020년 미국 모체 태아 의학회에서 발표한 임산부의 신체 활동에 관한 가이드 라인에서도 주로 의료진이 신체 활동 제약을 처방하는 흔한 경우에 절박 유산(아직 유산이 된 상태는 아니나 유산의 가능성이 있는 증상을 동반하는 상태)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임신 후 무조건적인 신체활동 제약은 오히려 임산부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해로운 영향으로 임산부의 컨디션 저하, 임산부와 태아의 부적절한 체중 증가, 골밀도 감소, 그리고 혈전 생성의 위험 증가 등이 있다.

물론 이러한 내용들이 가슴 아픈 일을 겪은 임산부와 그녀의 가족들에게 큰 위안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순수하게 가족이 겪은 아픔을 슬퍼하는 것과 그것의 잘못을 따지고자 하며 자책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생각한다. 근거 없는 자학으로 너무 괴로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임산부가 꼭 쉬어야 하는 경우는 상황마다 매우 다르므로, 이에 대해서는 꼭 의료진과 상의하길 권한다.

 

한 번으로도 괴로운 유산을 여러 번 겪는 가족은 절망하기도 한다. 반복 유산은 약 1%의 커플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되며 2013년 미국생식의학회 (American Society of Reproductive Medicine, ASRM) 2회이상 초음파 상 혹은 병리학적 검사상 유산이 확인되는 경우로 새로이 정의했다. 반복유산이 의심되면 부모에 대한 염색체 검사, 임산부의 혈액 중 항지질항체가 있는지 여부, 자궁 등 생식기의 구조적인 이상, 다른 내과적 질환이 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게 된다. 희망이 되는 데이터를 한 가지 언급하고자 아래 표를 준비했다.

 

1 임산부의 나이와 이전 유산을 한 횟수 별로 표시한 다음 임신이 성공할 확률(Williams obstetrics 25th ed)

유산을 경험한 임산부의 나이

2

3

4

5

다음 임신이 성공할 확률 (%)

20

92

90

88

85

25

89

86

82

79

30

84

80

76

71

35

77

73

68

62

40세 이상

69

64

58

52

 

표에서 보게 되면 임산부의 나이가 많을수록, 유산 경험한 횟수가 많을수록 다음 임신이 성공할 확률이 낮아진다. 다만 40세 이상에서 5회의 유산을 경험한 경우에도 다음 임신이 성공할 확률은 50%가 넘는다. 그러니 이 데이터를 믿고, 반복된 유산을 경험하였더라도 지나친 절망과 낙담은 잠시 접어두고, 의료진과 상의하여 자기 자신도 모르는 질환이 있는지 여부를 검사하며, 본인의 건강을 뒤돌아볼 수 있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

  

 

 

<산부인과 김소희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