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보관은 고온에 의한 손상 막지만 습기로 인해 변질 우려
유효기간 경과하면 전문의와 상의, 새로 처방 받는 것이 바람직
여름철 의약품 보관요령
지역 뉴스를 보니, 올여름 제주 기온이 평년을 웃돌며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어 단단히 대비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더운 날에는 바깥에 음식을 반나절만 놔둬도 금세 상해버리곤 하죠. 상한 음식은 한눈에 봐도 먹지 못할 생김새라 눈물을 머금고 버리면 된다지만, 환자분들께서 챙겨먹는 약은 또 그렇지가 않지요. 약도 어떻게 보면 먹는 건데, 겉으로 보기에 괜찮으면 상관없지 않을까요? 약도 음식처럼, 냉장/냉동 보관하면 안 상하지 않을까요? 제대로 보관되지 않은 약을 먹으면 음식처럼 배탈이 날까요? 약을 싱싱~하게 보관하고 야무지게 먹는 작은 노하우, 지금부터 들어보시죠!
약을 올바르게 보관하기 위해서는 우선, 의약품에서 말하는 ‘온도’에 대해서 체크하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의약품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하는 온도에 관한 표현은 주로 ‘상온, 실온, 냉소’ 이 세 가지가 있는데요,
냉소가 차가운 장소를 의미한다는 건 눈치채기 쉽지만, 이것은 1℃~ 15℃의 냉장 온도를 뜻하는 것이고 절대 냉동보관을 포함하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래서 음식은 냉동고에 넣어놓으면 안 상해서 좋을 것 같지만, 약은 함부로 냉동보관해서는 안 된다는 점!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상온과 실온 두 가지도 헷갈리기 쉬운데, 상온은 15℃~25℃의 온도를 말하며 실온은 1℃~30℃의 넓은 범위를 포함한답니다. 우리가 약국에서 주로 약을 받고 설명을 들을 때 ‘실온보관하시면 된다’는 말을 들으면 이것은 상온 보관과 냉장보관 모두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약은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을까요? 일반적인 약품의 안정성을 해치는 가장 큰 요인 두 가지는 바로 온도와 습도인데요, 냉장고에 두면 고온으로 인한 약의 손상은 막을 수 있지만 습기로 인해 약이 금방 변질되기 쉬워요. 그래서 약포지에 개별 포장된 약품은 습기가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에 냉장 보관을 해도 좋지만, 뚜껑을 열어서 일정량씩 빼서 먹는 약통이나 연고 등은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아주 해로운 습관입니다! 특히 우리가 큰 용기에 담아서 오래 복용하는 비타민 제제는 습기에 손상이 쉬워 반드시 냉장보관을 피해야 해요! 그래서 빛이 잘 들지 않고 덥지 않은 곳에 보관하는 것이 최적이죠.
정리하자면, 습기 걱정이 없이 개별 포지로 포장된 알약을 실온 또는 냉소에 보관한다면 냉장고에서 너무 차갑지 않은 부분에 보관해도 좋고, 습기 침투 우려가 있거나 상온에 보관해야 하는 약, 또는 습기를 잘 머금는 가루약 등은 덥거나 습하지 않은 곳 밀폐 공간에 보관하면 좋을 것 같네요!
어떻게 하는 것이 정석인지 알고 있기는 참 쉽지만, 막상 문제가 터지기 전에는 주의를 잘 하지 않게 되는 게 또 사람이죠? 이미 먹고 보니 유효기간이 지난 약이거나, 유효기간이 남아 있어도 보관을 잘 못해서 약이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면, 어떡할까요? 우리가 먹는 의약품은 일반 식품과 달리 영양성분, 그러니까 당이나 단백질 같은 요소가 많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쉽게 부패하거나 상하지 않는데요, 그래서 유효기간이 지난 걸 먹었다고 식중독에 걸리거나 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다만, 의약품의 유효기간은 ‘그 효과를 보증하는 기간’ 또한 의미하기 때문에, 약을 먹었어도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동일한 약을 새로 구입하여 바로 복용하는 것도 금물입니다. 이전에 복용한 것이 효과가 남아있어서 자칫 과다복용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반드시 전문가에게 상황을 알리고, 새로운 처방과 지도를 받는 것이 중요하겠죠?
여름철에 특히 약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로 또 강한 햇빛을 빼놓을 수 없죠. 낮 시간도 길고 날이 더워 창문을 열어놓는 경우가 많은 여름인 만큼, 약이 직사광선에 노출될 일도 많아집니다! 차광 봉투에 넣어서 받은 약은 빛에 민감한 약이므로 주의를 기울여서 보관하시겠지만, 일반적으로 약품은 짧은, 또 소량의 빛 노출에는 크게 민감하지는 않아요. 다만 오랜 시간 강한 자외선 등에 노출되면 성분의 변형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오래 먹는 약을 많이 담아두는 약통은 빛이 통하지 않는 불투명 용기가 좋습니다! 또 오래 밖에 둬서 색이 바랬다거나 코팅이 녹아내리는 등 형태가 변한 약품은 어떤 요인에 의해 어떻게 변질되었는지 알 수가 없으므로 당연히 버리셔야 해요. 처방약의 경우 다음 진료날까지 먹을 약을 날짜에 맞춰 받았기 때문에 개수가 부족할까봐 변질된 약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분들이 계신데, 이왕 약 먹고 치료 효과를 보려는 것이니 병원에 내원해서 추가로 조제받아서 가시는 게 좋겠죠?
그 밖에도, 장염 때문에 받은 항생제 시럽을 여름철 밖에서 오래 뒀다가 변질되는 경우나 가루약을 냉장 보관해서 엉겨붙는 등, 정말 다양한 약품이 보관을 잘못하여 효과를 잃습니다. 푸른 제주의 여름, 정말 즐겁고 상쾌한 기억만 가득했으면 좋겠는데! 안 아프려고 먹는 약이 효과가 없으면 정말 속상할 것 같아요. 항상 약을 받을 때는 어떻게 보관하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적어서 가져간 다음 약과 함께 그 설명서도 보관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모두들, 탈없이 신나게 여름 보내요!
<약제과 하정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