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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했다가 성인되면 암 등 다른 질환의 원인돼
작성일 2022.04.27
조회수 154

만성활동성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질환 (chronic active EBV disease)

 

잠복했다가 성인되면 암 등 다른 질환의 원인돼

 

 

바이러스는 19세기 후반 그 존재가 알려진 이래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질병의 원인임이 밝혀져 왔다. 근래 창궐하고 있는 COVID-19는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바이러스로서 전 인류의 삶을 심각한 혼란에 빠뜨리며 감염균의 존재가 인간에게 더욱 큰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일등공신이라 하겠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Epstein-Barr virus) 는 COVID-19과는 달리 오래전부터 인간에게 잘 알려진 친숙한 바이러스로 성인의 90% 이상에서 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양성일 정도로 누구나 감염되는 바이러스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감염이 되었다 하더라도 대부분 별 증상이 없고 극히 일부에서 감염성 단핵구증을 일으키지만 이 또한 대부분에서 정상으로 회복된다. 그러나 이렇게 얌전해 보이는 엡스타인바 바이러스는 일차 감염 후 인체에 평생 잠복감염되어 있다가 성인기에 비인두암, 위암, 림프종 등과 같은 여러 암이 발생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는 것이 잘 알려져 왔고 최근에는 다발성경화증의 원인이라는 역학조사 결과가 발표된 바와 같이 암뿐 아니라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된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는 B 림프구 표면에 있는 수용체를 통하여 B림프구에 감염되는데 드물게 T 혹은 NK세포에 감염되면 NK/T세포림프종, NK세포백혈병, 그리고 어린이에 잘 생기는 만성활동성 EBV질환을 일으킬수 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질병은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동양인과 남미지역의 원주민에 잘 발생하는 반면 백인에게는 드문 병이다.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은 1.5-2만년전 빙하기에 북동아시아로부터 이주한 아시아인으로부터 기원하여 이들은 아시아인들과 유전적 특성을 공유하며 일부 질환의 발병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만성활동성EBV질환은 소아에 증세가 나타나는데 그 중에서도 주로 피부증상을 보이는 종두상수포증림프증식질환 (hydroa vacciniforme lymphoprliferative disorder) 과 중증모기물림알레르기 (severe mosquito bite allergy) 를 소개하고자 한다. 

증례 1: 7세 된 남자아이가 얼굴에 수포성 병변이 생겨 피부과에 내원하였다. 병원에 오기 7일 전 운동회를 하며 강한 햇빛에 노출된 이후 가려움과 함께 양쪽 뺨의 피부가 전반적으로 붉어졌고 여러 개의 쌀알 크기의 수포성 발진이 생겼다. 1년 전 비슷한 시기에 햇볕에 노출된 후 작은 물집이 생기면서 1~2주 지속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수두라고 들었고 수포는 배꼽처럼 가운데가 옴폭 들어가며 흉터를 남기고 치유되었다. (그림 1-A).

환자는 피부과에서 피부생검을 하였고 병리검사에서 이 질환에 진단적인 피부 변화를 확인하고 (그림 1-B) 시행한 특수검사에서 엡스타인바 바이러스가 다수 검출되어 (그림 1-C) 종두상수포증림프증식질환 으로 확진되었다. 혈액검체를 이용한 바이러스 DNA증폭검사에서도 높은 바이러스 수치가 확인되었다. 

종두상수포증림프증식질환은 환자가 햇빛에 노출될 때 체내에 잠복감염되어 있던 엡스타인바 바이러스가 활성화 되어 피부에 수포성 병변을 형성하는데 자외선이 강한 봄 여름에 증세가 심해진다. 수포성병변은 수포증심부가 움푹 파이면서 치유되고 작은 흉터를 남기는데 햇빛에 노출될때마다 수포가 생기고 흉터가 남는 과정이 반복되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울퉁불퉁한 얼굴 피부를 가지게 된다. 일부 환자는 질환이 피부에 국한되어 수명에는 지장이 없기도 하지만 일부 환자는 악성림프종 혹은 백혈병으로 진행하거나 혈구탐식증으로 사망한다. 이 질환의 경과는 환자의 면역능력과 감염된 바이러스의 특성에 따라 다르며 현재로서는 어떤 환자가 악성종양으로 진행할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따라서 어린이 에게 생기는 다른 수포성 병변과 반드시 구분하여야 하는데 햇빛에 노출된 병력 과 특징적인 수포성 병변을 인지하고 피부생검의 병리검사에서 엡스타인바 바이러스에 감염된 림프구의 침윤을 증명하는 것이 진단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 질환은 골수이식을 하여 체내의 엡스타인바바이러스 양성인 림프구를 모두 제거하지 않으면 완치 될 수 없는 질환이다.   

 

증례2. 10세 소년이 모기에 물린 자리에 심한 피부발적과 궤양이 생겨 내원하였다(그림 2-A).  소년은 유년기부터 벌레에 물릴 때 마다 열감과 함께 피부에 심한 발적, 궤양이 생겼다고 하였다. 궤양 주변의 피부의 병리검사에서 모기에 물린 피부조직의 괴사와 림프구의 침윤이 관찰되었다 (그림 2-B). 엡스타인바 바이러스에 대한 특수검사로 이들 림프구에 엡스타인바 바이러스가 감염되어 있음을 증명하여 (그림 2-C) 환자는 심한모기물림알레르기 (severe mosquito bite allergy) 로 진단받고 일단 피부의 궤양에 대한 치료를 받고 귀가하였다. 환아는 이후 해외에 체류하다가 6년이 경과한 후 목의 림프절이 커져 다시 내원하였다. 환아는 전신의 림프절이 커지고 간수치 증가, 혈중 NK 세포증가증을 보였다. 혈액을 사용한 엡스타인바이러스 핵산증폭결과의 수치도 높았다. 골수검사를 하였고 NK세포백혈병으로 진단되었다. 

심한모기물림알레르기(severe mosquito bite allergy)는 엡스타인바바이러스가 감염된 NK세포가 증식하는 림프증식성질환으로 평소에는 증상이 없으나 모기에 물리거나 백신을 맞으면 모기나 백신항원에 대한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때로는 궤양까지 형성하는 질환이다. 일반적인 모기알레르기와의 임상적 차이는 모기에 물린후 발열과 같은 전신적 증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피부의 궤양은 시간이 지나면서 치유되지만 환자의 체내에 엡스타인바 바이러스를 가진 NK세포는 없어지지 않고 환자중 일부는 10-20년 후에 악성 림프종 혹은 백혈병으로 진행하거나 혈구탐식증후군으로 사망하게 된다. 이 질환도 유일한 치료방법은 골수이식이다. 

 

종두상수포증림프증식질환 과 심한모기물림알레르기 는 세계보건기구의 악성림프구성종양의 분류책자에 등재되어 있는 림프증식성 질환으로 악성림프종 및 백혈병으로 진행할 수 있는 전구병변이므로 진단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어린아이가 햇볕에 노출된후에 물집이 생기거나 모기물린후에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것을 무심히 지나간다면 진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이 질병의 임상적인 특징을 잘 이해하고 환자의 병력을 잘 묻는게 진단에 있어 첫 걸음이며 병리조직검사를 통하여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유무를 확인하여 확진할 수 있다. 

 

 

<병리과 고영혜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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