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로 인한 불편감, 감염성 질환 예방 등 사전대비
해외여행자를 위한 준비사항
요즘은 여행이 보편화 되어, 공항에만 가 봐도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친구들,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가려는 사람으로 인산인해다. 가까이는 일본이나 동남아부터, 먼 유럽이나, 미국까지, 그리고 오지로 떠나는 젊은 여행자들까지 여행은 이제 우리의 일상이라 볼 수 있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율화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지만, 여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염성 질환이나, 사고, 만성질환에 대한 관리에 대한 정보는 아직 미약하기만 하다. 만일 여행지에서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면, 즐거워야 할 여행길은 한 순간에 끔찍한 기억으로 전락해 버릴 수 밖에 없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여행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크게 몇 가지로 여행에서의 건강 문제를 나누어 볼 수 있다.
1) 여행 지역에 따른 예방접종 및 예방 약물.
2) 당뇨병, 만성 폐쇄성 폐질환, 허혈성 심질환, 부비동 질환, 간질환 등의 만성 질환이 있는 환자들의 여행 전, 여행 중, 여행 후의 준비 및 치료.
3) 여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나 상황 – 멀미, 시차적응, 기내 감압 질환, 고산병, 감염, 이코노미 증후군 및 사고.
4) 최근 외상이나 수술, 내과적 질환 환자의 항공기 여행 관련 사항
5) 임산부, 어린이, 노인, 지체장애인 등의 질병 고위험자들의 여행 관리
황열, 콜레라, 장티푸스, A형 간염, B형 간염 등의 질환은 대표적으로 국가에 따라 여행 시 예방접종이 필요한 질병이다. 황열의 경우는 필수예방접종이라 입국 시 황열예방접종 카드가 필요한 국가들도 있다. 예방접종에 대한 정보는 질병관리본부(www.cdc.go.kr)에서 조회가 가능하다. 그리고 예방접종 문의나 감염병 신고는 1339 콜센터에 전화로 문의할 수 있다.
또한 말라리아도 아프리카나 동남아 등의 여행시 예방 약물이 필요한 질환 중 하나이며, 지역에 따라 예방약이 다르고, 2주 전부터 예방요법을 시행해야 하는 지역이 있으니, 가까운 병원을 방문하여 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는 클로로퀸과 라리암은(Mefloquine) 매주 1회 복용하는 약이며, 출국 1주전 복용을 시작하여 귀국 후 4주까지 복용한다. 말라론은 (atovaquone/proguanil) 출발 1일 전부터 매일 먹기 시작하여 귀국 후 1주까지 복용한다.
여행자 설사는 가장 흔히 발생하는 여행에서의 의료적 문제이며 위생 수준이 낮은 국가를 여행할 때 많이 발생한다. 가장 흔한 균은 대장균의 하나인 Enterotoxigenic E. coli 이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예방이 중요한데 손을 깨끗하게 씻고, 삶은 음식을 먹고, 날 음식이나 거리에서 파는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상업적으로 파는 생수나 정수한 물을 마시는 것이 좋으며, 채소도 익힌 것만 먹는 것이 좋다. 설사가 심한 경우는 경구수액제를 복용해 탈수를 예방하며,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로페라마이드 같은 지사제는 세균성 장염에는 추천되지 않으니, 임의로 복용을 피하고, 심한 경우에는 현지의 병원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시차 부적응 또한 여행의 흔한 장애 중의 하나이며, 수면 사이클 혹은 24시간 주기 리듬이 변화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서쪽이나 동쪽으로 5시간 이상 시차가 발생하는 여행 시에 흔히 발생되며, 거리가 멀어질수록, 연령이 높을수록, 특히 동쪽으로 여행할수록 심하게 나타난다. 적응에만 1주일 이상이 소요되어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예방법으로는 여행 전 충분한 숙면을 취하거나, 하루 전부터 도착지 시간에 맞추어 활동하는 방법이 있다. 출발 전일부터 음주를 삼가며, 수분섭취를 충분히 해야 한다. 여행지에서 첫날에는 햇볕을 쬐면서 가벼운 운동을 하며, 무리한 일정을 잡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식사는 현지 식사시간에 맞추어 하며, 아침과 점심에는 단백질이 충분한 식단, 저녁에는 당질이 풍부한 식단을 하루 이틀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생체 리듬을 유지하는 서카딘(melatonin) 복용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지만, 아직 장기 부작용에 대한 연구가 조금 더 필요해 의사와 상담을 요한다.
임산부의 항공기 여행은 본인이나 태아에게 위험이 되지는 않는다. 태아 산소 농도는 태아혈색소의 해리곡선으로 인해 낮은 기내 압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제일 안전한 여행 시기는 유산의 위험성이 낮고, 조기진통의 위험성이 낮은 제 2 삼분기이며, 제일 위험한 시기는 안정이 필요한 제 1 삼분기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국내 항공여행은 보통 임신 36주까지 허용되지만, 해외여행은 32주 이후에는 항공사에 따라 다양하며, 일반적으로 산부인과 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임산 중기 이후의 여행은 산부인과에서 상담을 받고 소견서를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만성 질환 중 당뇨병이 있어서, 시차가 생기고, 식사시간이 바뀌었을 때, 여행 전 상담이 없다면 환자들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당뇨약의 복용은 어떻게 해야 할까? 특히 인슐린을 맞고 있는 환자라면 더욱 그럴 수 있겠다. 비행 시간과 시차에 따른 주치의 상담이 특히 중요한 이유다.
당뇨병 환자들에게 중요한 여행의 팁이 몇 가지 있다. 여행사나 항공사에 기내식 시간을 체크하고, 당뇨식이가 가능한지 체크해 둔다. 장기간 기내에 머무르면 혈액순환에 문제가 되니 특히 당뇨병 환자는 스트레칭과 간단한 보행이 필요하다.
다양한 지역에 여러 건강 상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여행을 하기에, 개인별로 다양한 예방 전략이 중요하며, 특히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은 여행 전 병원을 방문하여 해당 질환과 여행과의 관계를 주치의에게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외국에서 사고나 부상 시에는 그 지역 대사관이나 영사관에 도움을 구하는 것이 좋다. 해외여행에 대한 안전 정보는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인 www.0404.go.kr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외국에서 급한 문제에 닥쳤을 경우는 +82-2-3210-0404로 전화하면 상담과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안전한 여행 준비와 건강상담으로 좋은 추억만을 가지고 돌아오는 여행이 될 수 있도록 하자.
<가정의학과 허인옥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