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감각 취약해 평소 예민하게 관찰 필요
소아 통증 질환
여러 과가 함께 진료하는 종합병원이 아닌 일반 단독 의원에 있다보면 통증클리닉에서 보통 다루는 환자뿐만 아니라 타과 영역의 환자도 간혹 보게 됩니다. 급한 마음에 통증이라도 진료받을까 싶어 무작정 들어오시는 것입니다. 물론 타과의 응급 질환들은 대부분 근처 응급실로 신속히 안내해드리지만 진료실에서도 들리는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보호자 뿐만 아니라 의사의 마음도 조급하게 만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중 흔하게 볼 수 있고 소아를 둔 보호자들이 알고 있으면 유익할 몇 가지 질환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소아 팔꿈치 탈구입니다. 실제로 의사들도 자녀들의 팔이 빠지면 본인이 치료하지 못하고 종종 응급실에 방문하기도 하고 친구 엄마들도 가장 전화를 많이 하는 질환으로, 그만큼 당황스럽고 억지로 끼우려고 아이들의 팔을 만져대면 통증으로 근육이 경직되어 오히려 끼우기 어려워질 수도 있어 난감한 질환입니다. 일반적으로 보면 1세에서 4세 소아에게 흔하며 5세 이상의 소아에서는 드물게 나타나는데 이는 팔꿈치의 윤상인대가 5세 정도에는 좀 단단해지기 때문입니다. 통계적으로 여아에게서 더 흔하다고 하고 대부분 아이들과 놀다가 팔을 뻗은 채 팔 위로 넘어지거나, 한참 놀다 집에 가기 싫다는 아이의 팔을 잡아당기는 등의 이유로 갑자기 아이가 팔을 움직이지 않고 울면서 반대편 팔로 아픈 팔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혹 병원에 가기 싫은 아이들이 아픈 팔을 굽히고 움직이지 않으면 많이 아프지 않다는 사실을 눈치채고는 가만히 있으면서 아프지 않다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 자세히 살펴봐야 할 수도 있습니다.
소아 팔꿈치 탈구는 아랫팔뼈에 붙어있는 윤상인대에서 아랫팔뼈가 빠지면서 생기는 질환으로 진단은 엑스레이 촬영을 하거나 초음파 촬영을 합니다. 엑스레이 촬영은 25% 정도에서만 비정상 소견이 나오고 초음파는 논문에 따라 100%에 가까운 비정상 소견을 확인할 수 있으나 보험이 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므로 어떻게 다쳤는지 모를 경우 혹은 방사선 노출을 꺼려하는 보호자들의 경우 선택적으로 시행할 수 있겠습니다. 치료는 다음 그림1의 방법으로 수기정복술을 시행하나 쉬워 보여도 아이들이 울면서 팔을 내놓지 않으므로 땀을 좀 빼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 의심되면 초기에 가까운 정형외과로 신속히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림1. Pulled elbow - Max Superspecialty Ortho Clinic
둘째는 일과성 고관절 활액막염입니다. 주로 트램폴린을 신나게 뛰면서 주말을 보낸 유치원생, 초등학생들이 갑자기 못 걷는다며 보호자들이 업고 오는 경우나 어제까지는 신나게 뛰어다니던 아이가 한쪽 다리를 절뚝거린다며 심각한 얼굴로 내원하는 경우입니다. 소아환자에서 고관절 통증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3세에서 10세 사이 아동의 3%에서 일어나며 4-8세 정도에서 가장 흔하고 재발율은 20% 정도 되며 남아에게서 2배 많이 발생합니다. 양측 고관절의 발생율은 동일하며 95% 정도 일측성입니다. 일과성 고관절 활액막염은 고관절막의 물리적 자극으로 인한 것인데 진단은 엑스레이 검사에서 대부분 정상으로 나오며 초음파 검사에서 관절낭내에서 관절액 삼출 등을 관찰함으로써 확진하기도 합니다. 치료는 진통소염제를 처방받고 일주일 정도는 학교 등교도 하지 않고 집에 누워만 있도록 지도하며 걷기를 최소화하게 합니다. 대부분 1-2주 내에 자연적으로 사라지지만 열 등을 동반할 경우 세균성 감염을 의심할 수도 있어 주의를 요하는 질환입니다.
그림2. 소아 골반통증 / 일과성 고관절 활액막염
세번째로 소아 대상포진입니다. 감기 증상을 보이던 아이가 유독 피곤해하며 주로 몸통 부위에 물집이 잡히면서 통증을 호소하면 의심할 수 있습니다. 대상포진은 수두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전염성 질환으로 대부분 수두 감염력이 있는 50대 이후에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재활성화되어 호발하는 질환이나 소아도 가끔 진료를 받으러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원인은 환아의 어머니가 임신시 수두에 걸렸었다거나 환아가 수두를 앓은 적이 있을 때 발생할 수 있으므로 생후 12개월에 접종하는 수두백신은 이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논문에 따라서는 10만명당 74명에서 38명(수두백신 접종시)까지의 발생률을 보고하기도 하며 여아, 남아 사이의 발생율 차이는 없습니다. 소아는 통증에 대한 설명이 어렵고 질환에 대한 관리도 스스로 어려울 수 있으므로 보호자들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대상포진도 수두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주변 소아들과 분리해야 하며 피부가 가려워 손으로 긁게 되면 이차 세균 감염도 일어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소아 대상포진도 후유증으로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신속히(물집이 생긴 후 72시간 이내) 항바이러스제 투약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후 1-2주 사이에 완치되며 후유증 발생은 성인보다 적은 편입니다.
소아는 통증 억제 물질이 상대적으로 성인보다 적고 통증과 불편한 감각을 구분하지 못하는 등 통증에 취약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평소 통증에 관한 예민한 관찰을 통해 질병을 조기 발견하여 치료하여야 하겠습니다.
<옥세진 마취통증의학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