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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 정보

정서적 안정, 의식 자극 등 애정어린 돌봄 필요
작성일 2022.03.11
조회수 86

섬망의 예방과 치료

 

장소, 시간, 주변 사람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과잉행동 보여

알코올 중독자 뇌손상 환자 치매 노인 등에서 많이 나타나 

 

다른 과 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이 정신건강의학과에 의뢰되는 원인 중 가장 흔한 것이 ‘섬망’입니다. 병동에 찾아가보면, “입원해서 갑자기 치매가 생기신 것 같아요.” “밤에 잠을 안 주무시고, 집에 간다며 자꾸 침대에서 내려와 나가시려고 해요.” “여기가 아무리 병원이라고 해도 못 알아들으시고 주사나 소변줄을 뽑으시려고 해요.”라며 보호자들이 답답해합니다. 정신병이나 치매가 아니냐며 검사를 해달라고 하시기도 하고, 너무 달라진 환자의 모습에 가족들이 속상해하곤 합니다. 

 

섬망은 신체 질환이나 약물, 술 등으로 인하여 일시적으로 갑자기 나타나는 의식 수준과 인지의 저하를 특징으로 하는 질환입니다. 환자는 갑자기 장소나 시간, 주변 사람들을 잘 인지하지 못하며, 야간에 특히 잠을 자지 않고 악화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안절부절하며 소리를 지르거나 주사를 빼거나 몸을 움직이는 등 과다행동을 보이기도 하며, 환각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갑작스럽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오히려 활동이 저하되며 잠만 자는 것 같은 조용한 섬망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섬망은 전체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10~30%에서 발생하는 비교적 흔한 질환입니다. 특히 노인이나 뇌손상 환자, 수술 후 상황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으며, 중환자실에서는 70~80%에서 발생합니다. 다양한 위험 요인과 촉발 요인들이 있는데, 특히 65세 이상, 치매가 있는 노인에서 호발하며, 청력과 시력이 저하된 분들, 식사를 잘 못 해서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에 흔히 발생합니다. 질환 중에서는 심각한 신장이나 간 질환 뇌졸중이나 뇌출혈 등의 신경 질환, 사고 등의 외상, 말기 암 등이 섬망을 잘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통증이 잘 조절되지 않는 경우나, 열이 나는 경우에도 섬망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이 외에, 알코올 중독이 있는 환자들은 젊은 나이에도 섬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특징적으로 술을 마시지 않기 시작한지 2-3일째부터 손 떨림이나 식은땀, 혈압과 맥박의 상승 등 자율신경계 항진 증상, 환시 등을 동반한 섬망이 나타납니다. 알코올 금단 섬망의 경우에는 치료 약제가 일반적인 섬망과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술을 평소 많이 드셨던 분은 이러한 사실을 알려주셔야 올바른 섬망의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섬망의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으나 뇌 기능이 저하된 상황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뇌기능 부전으로 생각되는데, 따라서 기존에 치매나 뇌손상이 있는 환자들에서 더 쉽게 발생하고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은 각성이나 주의력과 관련되는데,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뇌의 아세틸콜린 수준이 저하된 것이 섬망을 야기하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다양한 약물도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가급적 불필요한 약물의 복용은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섬망의 호전에 중요한 것은 원인 질환, 즉 입원을 하게 된 원인인 신체 질환이 교정되는 것입니다. 원인 질환이 교정되는 경우에는 수일 이내(보통 3~7일 이내)에 증상이 호전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섬망의 원인이 복합적이고 교정되기 어려운 경우에는 오래 지속될 수도 있습니다. 

 

섬망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고 빠른 회복을 돕기 위해서는 친근한 가족이 환자를 돌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병동에서도 친숙하고 편안한 환경을 조성하고, 가족들의 사진이나 평소 쓰는 물건 등을 주변에 두어 정서적 안정을 돕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주기적으로 날짜와 장소,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 대해 알려주며 환자가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을 지지해주며 적절한 자극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수술 후에도 가능하다면 조기에 거동을 시작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통증을 잘 조절하는 것도 섬망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림  섬망의 예방과 치료

수면장애가 심하거나, 환각이나 망상 등 정신병적 증상이 동반되거나, 환자의 행동 문제가 치료에 방해가 되는 경우에는 약물 처방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약물은 증상 조절을 위해 사용되며,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면 중단할 수 있습니다. 단, 일반적인 수면제나 안정제는 오히려 섬망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어 주의하여 약물 선택을 해야 합니다. 

 

실제로 많은 환자분들이 입원 중 섬망으로 힘들어하시다가도, 대부분 시간이 지나며 호전되고 퇴원하여 집에 가신 뒤에는 더욱 회복되어 잘 지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들의 섬망이 있던 동안을 악몽을 꾼 것 같다고 하거나, 잘 기억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섬망은 일반적인 치매와는 달리 갑자기 생기고 회복이 가능한 상태이며 추후 치매로 진행한다는 근거는 아직 부족한 상태입니다. 섬망이 발생하면 일단 질병의 경과를 보며 환자를 지지해주시고, 입원 중 너무 힘들면 의학적 도움을 받으시고, 퇴원 후에는 장기적으로 회복을 지켜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민정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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