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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접종-“권리이면서 유행병 확산 방지 위한 의무”
작성일 2016.11.28
조회수 397
“권리이면서 유행병 확산 방지 위한 의무”
예방접종


보건학적으로 인간의 기대여명이 증가하게 된 것은 사회경제적 수준 향상 외에도 교육, 의학기술 발달, 정책적인 공중보건서비스 제공, 예방접종, 경구수액 치료, 영양 향상 등으로 귀결된다. 이 중에서 예방접종은 우리 몸의 면역 기전을 이용, 질병 자체를 발생시키지 않게 하여 감염병 및 특정 암의 유병률 및 사망률을 낮추는 비용효과적이며 가장 합리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접종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들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매년 250만명이 사망하고 있으며 특히 감염에 취약한 5세 미만 아동 170만명이 사망하고 있는 실정이다(WHO, 2011).

이러한 접종은 17세기 중국 및 인도에서 원형적인 형태로 시작되어 18세기 제너(Jenner, 1749-1823)에 의해 현대적 접종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종두법으로 알려진 이 접종방법은 우두(cowpox)에 걸린 소를 치던 목동들이 연간 유럽 인구 40만명의 생명을 앗아간 ‘천연두(samll pox)’란 병에 걸리지 않는 사실에 착안하여 현대에는 비윤리적이라고 지탄을 받을 테지만 8세 소년인 제임스 핍(James Phipps) 팔에 창상을 낸 후 소의 고름을 넣는 방법이었다. 소년은 며칠 동안 열이 있었으나 질병으로 발전되지 않고 천연두에 대해 면역이 생기게 되었고 이에 제너는 라틴어로 암소를 의미하는 ‘vacca’를 차용하여 백신(vaccine)이란 용어를 만들게 되었다. 제너의 천연두에 관한 예방법을 인정한 영국 왕립협회는 예방접종을 국가적으로 시행하려 하였으나 병든 소로부터 나온 물질을 사람에게 주입하는 것은 역겨운 일이며 더군다나 종교적으로 사악한 것이라고 인식한 영국 국민들은 접종을 시행할 경우 얼굴이 소로 변하며 출산시 어린 송아지를 낳을 수 있다는 조소와 비난과 함께 접종을 거부하여 종두법은 사회적 장벽에 부딪히게 되었다. 제너의 예에서처럼 사회경제적 상황, 인식, 종교, 문화적 장벽에 부딪혀 예방접종 서비스가 가능하나 접종을 받아들이지 못하여 예방접종을 늦추거나 거부하는 것을 ‘접종 주저(vaccine hesitancy)’라고 WHO(2015)는 명명하였다. 이러한 접종 주저는 백신 효과 및 안전성, 보건 서비스 및 전문인 역량, 필수 백신에 대해 접종을 시행하려는 정책 결정자에 대한 신뢰(confidence), 접종으로 예방 가능한 질환들은 질병 자체 위험성이 낮고 예방접종이 필수적 예방 행동이라고 여기지 않는 안주(complacency), 보건서비스 이용가능, 지불능력, 지리적 접근성과 같은 편의(convenience)의 세 요소에 의한 복잡한 의사결정과정으로 이를 통한 행동적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전세계적으로 접종을 꺼려하는 일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학문, 종교적 이유에서 다양하게 발생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1988년 2월 영국 웨이크필드 박사팀이 의학저널 ‘랜싯’(Lancet)에 홍역접종이 자폐와 연관되어 있다는 논문을 게재하면서 촉발된 예방접종 반대운동을 들 수 있다. 후에 웨이크필드 박사가 이해관계자(백신제조업에 반박하는 자료를 찾고 있는 변호사, 홍역접종이 자신의 자녀들을 자폐로 만들었다는 부모)로부터 청탁, 금품 수수한 사실 뿐만 아니라 데이터 조작 사실이 밝혀져 영국 의사회에서 제명되고 이 논문 또한 2010년 철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을 비롯한 유럽, 미국에서는 아직도 홍역접종과 자폐와의 연관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접종을 거부하여 매년 홍역 유행 및 그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하였다. 정치적 신뢰를 잃어 접종 주저로 이어진 경우는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에서 벌어졌다. 미국 CIA는 오사마 빈 라덴을 암살하기 위해 ‘허위 소아마비 접종 캠페인’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를 인지한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국민들은 이에 대한 거부감 및 접종에 대한 두려움으로 2006-2011년 소마아비에 대한 접종을 주저하는 결과를 낳았다. 요즘 한국에서는 백신 내에 들어가는 보강제(알루미늄), 티메로살, 수은 등으로 인한 위험성, 예방접종으로 인한 이상반응, 접종 효과성에 대한 의문, 홍역 접종의 자폐와의 연관성, 홍역•수두•백일해 등은 경한 질병이라는 인식, 자연 감염으로 면역을 갖는 것이 접종보다 효과적이라는 인식, 제약회사 이익을 위한 음모론 등으로 인해 접종하기를 일부 꺼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주장들은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며 보완 발전된 현재의 예방접종으로 더이상 설득력이 없게 되었다.

한국은 지금 해외 여행, 국내 외국인 유입 증가로 인해 전염병 감염 및 유행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으로 예방접종은 가임기 여성 접종을 통해 기형아 출산 감소, 특수한 질환을 가지고 있는 면역 억제자(HIV/AIDS, 암환자, 비장 절제환자 등)로부터 감염에 대해 저항성 생성, 간암•자궁경부암 등의 특정 암을 예방할 수 있는 검증된 수단이다. 또한 질병을 앓았을 때 경미하지만 사회경제적 비용 효과 절감에 효과적(수두)이며 진료실에서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을 줄일 수 있어이로 인한 항생제 내성률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짐작되므로 적극적 예방접종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예방접종은 권리(right)인 동시에 유행병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집단면역(herd immunity)를 유지하기 위한 책임(responsibility)적인 면이 크므로 기본 예방접종 대상자나 이를 주관하는 질병관리본부는 접종 주저(vaccine hesitancy)에 대한 원인 및 의견을 조사•수렴하여 우리나라 맥락에 맞는 접종 권유정책을 펼쳐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위호성∙소아청소년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