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너무 진하면 동맥경화 또는 협심증 유발 우려
피가 진해지면
사람의 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연계에서와 같이 바람이 불고 물이 흐르는 것을 알 수 있다. 폐렴이나 천식을 앓는 환자의 가슴이나 목에 청진기를 대어보면 돌풍이 지나가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소변이나 혈액과 같은 액체는 요관과 혈관을 따라 흐른다. 피는 많은 성분들이 녹아 있어 우리 몸의 7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물보다 진하다. 우리가 마시는 물은 장에서 흡수되어 간을 통해 단백질이나 영양분이 첨가되고 폐에서 산소가 더해지며 골수에서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이 첨가되어 혈액이 된다.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고 생활하고 있지만 생명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혈액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외상으로 많은 피를 흘린 환자는 응급실에서 수혈을 통해 제때 혈액을 공급받지 못하면 사망하기도 한다. 분당 5리터의 혈액이 전신을 순환하는데 그 혈액만으로 수많은 검사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알 수 있다. 아스파르트산염 아미노기 전달효소(AST)나 알라닌 아미노기 전달효소(ALT)같은 효소나 단백질 검사를 통해 간의 기능을 평가할 수도 있고, 산소포화도를 통해 폐의 기능도 알 수 있다. 아밀라제나 리파아제 등의 효소농도를 통해 췌장이나 침샘의 이상을 알 수도 있고 심지어 심장, 갑상선, 뇌의 이상까지 알 수 있는 신비한 액체이다.
혈액은 이렇듯 우리 몸에 관해 많은 화학, 면역학적 정보를 담고 있는 액체로 유체역학적으로도 많은 연구가 되었다. 강물이 굽이굽이 수로를 따라 흐르는 것처럼 혈액도 혈관을 따라 흐른다. 흐르는 액체는 점성(진하기)이란 속성을 가지는데 위에서 아래로 액체를 떨어뜨려보면 점도가 낮은 액체는 빨리 떨어지게 된다. 또한 유체의 흐름과 같은 방향에서 가해지는 저항을 전단응력이라고 하고 전단응력에 따라 점도가 같은 운동(뉴턴운동)과 점도가 달라지는 운동(비뉴턴운동)으로 나뉘는데 혈액은 비뉴턴운동을 따른다. 현재 검사실에서도 점도측정기가 도입되어 혈액의 점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혈액의 진하기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혈액점도의 단위는 cP (centipoise)를 쓰고 이완기가 수축기보다 높다. 정상치의 경우 수축기(심장이 전신으로 피를 뿜는 시간)때는 3-4cP, 이완기(심장이 전신에서 혈액을 빨아 들이는 시간)때는 9-13cP이다. 점도는 너무 높아도 좋지 않고 낮아도 좋지 않은데 대체로 높아서 문제되는 경우가 많다. 점도가 너무 낮으면 산소운반능력이 떨어져 숨이 차고 혈액응고가 제대로 되지 않아 출혈이 되어도 멎질 않게 된다. 반면에 혈액이 너무 진하면 혈관에 손상이 가해져 장기적으로 동맥경화가 유발되고 혈전이 발생해 뇌혈류나 심장혈류에 이상이 생겨 어지럼증이나 협심증이 유발될 수 있다. 협심증으로 응급실을 찿는 환자중에는 심전도나 혈액검사상 심근경색은 없는데 점도검사에서 이상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혈액의 점도는 이렇듯 현대인에게 많은 혈관질환을 유발하는데 예방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3가지를 실천해야 한다. 첫째는 수분섭취 둘째는 다양한 채소 섭취 셋째는 유산소 운동이다. 땀을 많이 흘리거나 과로한 경우 충분한 수분섭취는 진해진 혈액을 묽게 해주고, 야채섭취는 식이섬유와 비타민 미네랄을 우리몸에 공급해 신진대사를 원활케 하여 특정성분이 쌓이지 않게 해주고, 유산소 운동은 산소공급과 전신순환을 촉진해 점도를 낮추어 준다.
<김우진•진단검사의학과장 & 건강증진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