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의 간(肝)질환
“고위험 음주율과 간암 발생률 전국 2위”
일반적으로 어떤 질환에 지역적 특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간질환의 대표적인 범주인 만성 간염, 간경변증(=간경화), 간세포암(=간암) 등을 유발하는 여러 원인들은 지역적, 사회적, 문화적 환경과 관련이 있다. 여러 객관적인 통계 자료와 수 년간의 제주도민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제주도민 간질환의 특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1. 간질환의 원인
간질환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지만, 급성 혹은 만성의 비교적 일정한 경과를 밟는다. 일정한 시간 내에 회복되거나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는 급성 간손상을 제외하고는 상당수의 간질환은 만성적인 경과를 거치며, 이중 상당수는 심각한 중증 질환을 초래한다. 만성 간질환의 원인은 비교적 잘 규명되어 있으며, B형/C형 바이러스 감염, 음주(알코올) 등이 대표적인 원인이다.
2. B형간염
대한민국은 ‘간염 천국’이라는 불명예를 쓸 정도로 세계적으로 B형간염 환자가 많은 국가이다. B형간염 바이러스는 국내 전체 만성 간질환의 약 2/3 (60~70%)를 차지하는 주 원인임은 수많은 연구에서 알려져 있다. 만성 B형간염이 지속될 경우 간경변증과 간암의 5년 누적 발생률은 각각 약 23%, 3%이다. 제주도민이 B형간염에 특히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B형간염이 내륙보다 제주도에 더 만연했기 때문이다. 1998년 전국 규모의 조사에서 B형간염 여부를 결정하는 B형간염 표면항원 양성인 제주도민이 내륙의 3배 정도인 13~14%대에 육박했었다. B형간염 예방사업으로 그나마 2009년 전국 조사에서는 5.9%로 줄었지만 여전히 부동의 전국 1위이다. B형간염 산모로부터 출생한 신생아가 수직감염되는 경우 약 90%가 만성 간염으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과거 내륙에 비해 지역적 교류가 적었던 제주도는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와 환자가 많다고 추정할 수 있다.
3. C형간염
2013년 보고된 국내 지역별 C형간염 바이러스 항체(면역항체가 아니라 감염항체라서 음성이 정상임) 보유율에서 제주는 0.23%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하지만, 이 연구는 도내 모 종합병원 한 곳에서 개인 건강검진을 시행한 일반인 중 C형간염 항체 여부를 확인하였기에, 도민 전체를 대변하는 자료라고 볼 수 없다. 이에 반해 2007년부터 2012년에 제주한라병원에서 진단한 471명의 간암 환자의 원인을 확인한 결과 C형간염 환자가 21%에서 확인되었다(그림 1. B형간염 중복감염 4% 포함). 이는 전국 평균(11~12%)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결과라서 도내 만성 간질환 환자 중 C형간염 환자가 상당수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도민에게 진단되지 않은 C형간염 환자가 많을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결과이다.
(그림1. 제주한라병원에서 진단한 간암의 원인)
4. 음주
알코올 간질환은 한국인 간경변증과 간암의 원인으로서 각각 2위, 3위에 해당하는 중요 병인 중 하나이다. 알코올 과다 섭취는 간질환 이외에도 뇌병증, 치매, 당뇨병, 고혈압, 심장질환(심근증), 췌장염 등 다양한 질환의 원인일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여러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3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주도민의 고위험 음주율(평균 음주량이 7잔[여성은 5잔] 이상이며 주 2회 이상 음주하는 경우로 정의함)이 19.9%로 강원(21.5%)에 이어 시/도 단위 전국 2위였다. 그러나 지역사회에 기반한 치료재활 서비스의 중심이 되는 보건복지부 지정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구 알코올상담센터)가 전국 50개 중 도내 총 2개소로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각각 있으나 높은 음주율에 비해 부족하다고 사료된다. 또한, 부적절한 음주 및 그릇된 관용 문화가 있어 전(全) 도민적 인식 변환이 필요하다.
이상에서 국내 간질환 원인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B형, C형 바이러스 감염, 알코올(음주)에 대해 살펴보았다. 각 원인에 있어 전국 대비 제주도의 높은 유병률과 빈도는, 만성 간질환의 최종 형태의 하나인 간암의 발생률이 제주도 인구 10만명당 20.8명으로 전남(23.8명)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점에 반영된다. 결론으로, 제주도민의 간질환에 대한 저변 인식이 넓어져야 하겠으며, 간(肝) 건강을 위해 다음의 내용에 주목해야 하겠다. < 김진동∙소화기내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