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이야기 12. ‘유용하다’ 소문난 식품의 허와실 <끝>
근거없는 광고에 현혹되면 시간․비용 낭비 우려
간혹 남의 말만 듣고 지름길인 줄 알고 갔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당뇨병 관리에 있어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건강기능식품의 부적절한 이용도 마찬가지다. 당뇨병 관리의 기본이 엄격한 자기관리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말처럼 자기관리가 쉽지 않다 보니 혈당 조절이 나빠지기 쉽다. 이때 ‘먹어보니 좋더라’하는 근거 없는 소문의 유혹에 환자들은 쉽게 휘둘리곤 한다.
실제로 2012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당뇨병 유병자 중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에서 혈당 조절률(당화혈색소 6.5% 미만)은 24.1%에 불과했다. 기존 치료방법 외에 보다 편하고 쉬운 다른 방안을 강구하는 경우도 많다.
2005년 당뇨병 환자의 건강기능식품 이용 실태를 연구한 보고에 의하면 연구 대상자의 49.8%에서 건강기능식품을 이용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 외에 민간요법까지 고려하면 더 많은 수의 환자들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옛말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데, 당뇨병 환자들이 흔히 이용하는 민간요법과 건강기능식품은 어떨까? 소문만큼 효과가 있을지 몇 가지를 골라 살펴본다.
당뇨병과 야콘
야콘은 흔히 뿌리 부분을 생으로 섭취하는데, 식이섬유소인 이눌린(Inulin)을 생산하는 원료로도 이용된다. 차게 해서 먹으면 단맛과 수분이 많아서 과일 중 배랑 비슷한 느낌이 있는데, 다른 고구마나 과일보다 열량이 낮고 포만감이 커서 간식으로 이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57kcal, 당질 14.7g/뿌리 100g). 하지만 혈당 조절을 목적으로 야콘즙을 복용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당뇨병과 돼지감자
돼지감자도 야콘과 비슷하게 생긴 덩이줄기 식물. 식이섬유소인 이눌린이 많아 혈당이 많이 오르지 않고 열량이 낮다(35kcal, 당질 15.1g/100g). 다른 식품 대신 이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마찬가지로 혈당 조절을 목적으로 돼지감자즙을 복용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당뇨병과 누에가루, 뽕잎, 오디
뽕잎은 중국에서부터 당뇨병 예방 및 치료용 생약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누에, 뽕잎, 오디에 들어있는 데옥시노지리마이신(deoxynojirimycin) 성분이 당질의 분해효소를 저해해 식후 급격한 혈당상승을 막아준다고 한다.
하지만 뽕잎과 누에가루는 섭취량이 일정해도 성분 함량을 일정하게 조절할 수 없으며 다른 약제와 동시에 복용할 경우 저혈당의 위험도 있을 수 있다. 특히, 뽕나무 열매인 오디는 즙이나 당절임 형태로도 많이 이용하는데, 이렇게 먹게 되면 오히려 혈당 조절이 나빠질 수도 있다.
당뇨병과 인삼, 홍삼
인삼과 홍삼(인삼을 증기로 찐 후 말린 것)의 약효는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라는 인삼사포닌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원기회복, 면역력 증진, 자양강장에 도움이 된다고 하며, 일부 동물실험에서는 혈당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기대되었으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는 효능을 입증하지 못하였다.
또한 인삼추출물을 일부 함유한 혼합제품의 경우 인삼의 약리성분 함량이 미미하거나 쓴맛을 줄이기 위해 설탕, 꿀 등을 첨가한 제품을 복용하면 오히려 혈당이 오를 수도 있다. 일부 혈압 상승 등의 부작용도 알려져 있으므로 고혈압 약제를 복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당뇨병과 영양제
당뇨병과 일부 미량영양소 결핍과의 관련성이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영양결핍이 없는데 영양제를 보충하는 것에 대한 이점은 아직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항산화 비타민이나 크롬, 마그네슘 등의 미량영양소를 약제로 보충하는 것에 대한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어 있지 않고, 장기 복용 시에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임신/수유 중인 여성, 채식주의자, 나이 많은 노인, 체중감량을 위해 열량 제한식을 하고 있는 경우에는 음식을 통한 영양섭취가 부족하거나 제한될 수 있으므로 종합비타민을 보충해야 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영양제는 권장되지 않는다.
혈당 조절이 나빠진다면…
혈당 조절이 나빠지면 또 다른 건강기능식품, 민간요법을 시도하는 게 좋을까? 당뇨병 관리의 기본은 식사요법, 운동요법, 그리고 약물요법이다. 혈당 조절이 나빠지면 식사조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운동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스스로 점검해보고 필요하면 전문가와 상담을 통하여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편, 자기관리가 잘 되는 경우에도 당뇨병 자체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악화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혈당 조절이 나빠질 수 있는데, 그때는 주치의와 의논하여 약을 바꾸거나 늘려야 한다. 당뇨병에 특효라는 근거 없는 광고에 현혹되어 건강기능식품이나 민간요법을 전전하면서 소중한 시간과 비용을 헛되이 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김미선․영양과 임상영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