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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폐의 기능 도와 생존율 훨씬 높여줘
작성일 2014.03.27
조회수 709

심장・폐의 기능 도와 생존율 훨씬 높여줘
-체외막산소화장치-
<오지열 응급의학과 전문의>

일반인에게 심폐소생술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라는 질문을 던지면 다양한 대답을 들을 수 있다.
‘심정지 환자에게 시행하는 응급처치요.’, ‘의식이 없는 사람을 살리는 방법이요.‘, ’흉부압박을 하는 것?‘ 또는 ’입으로 숨을 불어넣는 것이요‘ 등등 여러 답변을 들어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이제 일반대중에게도 심폐소생술은 전혀 낯선 단어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응급처치에 대한 교육의 기회가 많아지면서 또는 TV 등의 대중 매체의 영향으로 빠르게 일반대중에게 전파되고 있는 심폐소생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심폐소생술을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마취과 의사인 피터 쉐퍼(Peter Safar)는 1956년 임상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게 마취를 통해 자발 호흡을 억제하여 무호흡상태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호흡이 멈춘 사람들에게 구강 대 구강 호흡법을 이용하여 인공호흡을 시행했으며, 이런 인공호흡이 호흡정지 환자들에게 충분한 산소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하여 피터쉐퍼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턱을 들어주는(Head-tilt chin-lift) 방법을 이용하여 기도(A, Airway)를 열어주고 구강 대 구강 호흡법으로 호흡(B, breathing)을 도와주고 가슴압박(C, compression)을 하는 근대 심폐소생술의 개념을 확실하게 완성시켰다.
그리하여 1957년 ABC of Resuscitation라는 책을 발간했으며 근대 심폐소생술의 아버지라고 불리고 있다.
1960년대부터 활발하게 심폐소생술이 시작되었지만 실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다만 1960년 이후 현재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으며 매 5년을 주기로 새로운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이 발표되곤 한다. 2010년 수정된 가이드라인에서는 기도확보, 인공호흡, 가슴압박이라는 전통적인 개념의 ABC 순서에서 흉부압박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수정되었다. 현재 권고되는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강조하고 있으며, 특히 교육을 받지 못 한 일반인에게는 전화상담원(119 소방 상황실 요원 등) 지시에 따라 시행하는 흉부압박만 시행하는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있다.
자, 그러면 심폐소생술을 하면 얼마나 살아날까? 대부분이 잘 모를 것이다.
2012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심정지 환자 생존율은 약 4.4% 정도이다. 천 명의 환자 중 44명이 생존하고 956명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망하는 것이다. 이마저도 처음 시작되었던 1960년대에 비해 몇 배 가량 높아진 수치이다.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를 통해 5년 마다 심폐소생술에 대해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나오고 있지만 생존율은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때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 있다. 체외막산소화장치(ECMO,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라는 녀석이다. 무엇에 쓰는 기계인지 잠시 설명하자면,  쉽게 말해 심장과 폐를 대신 할 기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심장이 멈추면 혈액 순환이 안 된다. 즉 피가 안 통하는 상황이 되어 몸 안의 여러 장기들이 심각한 손상을 받기 시작한다. 이러한 손상을 의학적으로 허혈성 손상이라고 정의하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장기가 바로 뇌이다. 뇌의 경우는 4분이 지나면 뇌 손상이 시작되고 6분이 지나면 심각한 뇌손상, 나아가 뇌사 상태에 빠지게 된다. 체외막산소화장치는 이러한 환자들에게 심장과 폐의 기능을 도와주어 좀더 많은 산소를 몸안에 공급해줄 수 있는 장치이다. 또한 심폐소생술에 성공하여 심장이 스스로 뛰기 시작한 환자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데 심정지에서 막 회복된 심장과 폐에 휴식을 제공하여 심기능, 폐기능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쳐있는 심장과 폐에 채찍질을 하여 버티게 하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충분한 휴식을 제공해 회복을 도모하는 것이 나을까?
기존에 시행하던 심폐소생술에 체외막산소화장치를 더하게 되면 연구 논문에 따라 다르지만 약 10~30%정도의 생존율을 증가를 보이며, 신경학적인 예후도 훨씬 좋았다고 하고 있다. 신경학적 예후가 좋아졌다는 얘기는 심정지 후 뇌손상을 최소화하여 다른 사람의 도움을 통해 일상생활이 어느 정도 가능하거나 좋게는 아무 도움 없이도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2012년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전국 평균이 4.4%이다. 서울은 8.7%로 보고되었으며 제주의 성적은 4.6% 전국 6위의 생존율 보이고 있다.
119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평균 시간이 제주도가 서울에 비해 짧은 데도 불구하고 아직 생존율은 절반 정도에 머물고 있다. 물론, 시외각 지역에서 발생한 심정지 환자의 경우는 이송까지의 시간이 상대적으로 오래 걸리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기가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 이송 중간에 전문의료진이 탑승하는 등의 구급활동의 변화가 관찰되긴 하지만 이는 의학적으로 큰 의미가 없음이 이미 알려져 있다.
전국평균을 넘어 가장 안전한 제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첨단을 달리고 있는 최신 심정지 치료 기법을 적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으로 생각된다. 금번 제주한라병원 이러한 사회의 요구에 보답하기 위해 급성 심정지 소생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심정지에서 병원 이송까지 시간이 짧은 환자들에게는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