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이야기1
인슐린 이상으로 혈당수치 높아져 혈관 망가뜨려
<조명진 내분비내과 전문의>
당뇨병의 역사
당뇨병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이집트에서 발견된, 기원전 1550년경에 쓰여진 에버르스의 파피루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가까운 중국과 한자문화권에서는 소갈(消渴)에 관련된 내용이 기원전 4세기에 기록된 “황제 내경 소문”부터 나타나 있습니다. 현재 사용되는 당뇨병(Diabetes Mellitus)이라는 이름의 기원은 라틴어로 diabetes(소변) 와 mellitus (꿀)을 합쳐서 만들어 진 것으로 병의 진단 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시대에 상당히 당뇨병이 진행된 상태인 소변에서 당이 섞여 나오는 양상을 표현한 것입니다.
당뇨병의 개념과 진단법
어떤 경우에 소변에 당이 섞여 나오는 증상이 나타날까? 당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우리 몸의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변으로 당이 빠져나온다는 것은 몸속에서 에너지원으로 쓰여야 할 당이 에너지로 쓰이지 못하고 몸 밖으로 배출된다는 의미입니다. 흔히 당이라고 하는 혈액 속의 당분은 실제로 포도당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식사를 하면 음식물 중에 포함된 탄수화물이 소화가 되면서 당으로 분해되어 혈관으로 흡수, 혈액 속의 포도당 농도가 높아집니다. 그래서 당뇨병 환자가 아니어도 식후에는 누구나 일시적으로 어느 정도 혈당 수치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혈당 수치가 높아지면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이라는 호르몬이 분비가 되어 혈액 속의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바꾼 후 근육세포속으로 이동시킵니다. 이렇게 글리코겐 형태로 전환된 당이 연소가 되면서 우리 몸의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에너지로 쓰이고도 남아도는 당은 글리코겐의 형태로 간에 저장되거나 지방으로 전환되어서 지방 세포 속에 저장되게 됩니다. 따라서 음식을 섭취한 후 혈액 속의 당농도가 아무리 높아져도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가 되고 또 제 역할을 해낸다면 혈당 수치는 늘 일정한 상태로 유지됩니다. 이 제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게 되면 혈당이 오르게 되고 당뇨병으로 이행되게 됩니다.
첫 번째가 인슐린을 만들어내는 공장, 즉 췌장의 베타세포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입니다. 인슐린을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당뇨병을 제 1형 당뇨병, 또는 소아기부터 청소년기에 주로 발병하고 늦어도 30세 이전에 발병한다고 하여 소아당뇨병이라고 부르는 것이 이 유형이다.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가 되는 이유로는 내 몸의 면역체계가 베타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 췌장을 망가뜨리는 바이러스 감염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인슐린은 제대로 분비되는데 어떤 원인에 의해 분비된 인슐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경우와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이다. 인슐린을 만들어내는 과정보다는 당을 세포속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에 이상이 생겨 발병한다고 해서 제 2형 당뇨병, 또는 40세 이후의 중년기에 주로 발병한다고 해서 성인형 당뇨병이라고도 부르는 유형입니다. 인슐린 저항성과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결함중 어느 한 가지 요인만으로 제 2형 당뇨병이 생기는 사례는 드물고 두 가지 요인이 공존하는 경우가 많다. 전세계 당뇨병 환자의 90% 이상이 앓고 있는 당뇨병이 바로 이 제 2형 당뇨병입니다.
세 번째는 당뇨병 환자가 아니었다가 임신중 갑자기 당뇨병 증상이 나타나는 임신성 당뇨병이다. 임신 중 분비되는 호르몬이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해 혈당 수치를 높이는데 임신성 당뇨병을 경험한 여성은 출산 후에도 당뇨병 환자가 될 위험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슐린에 이상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몸에서 나타나는 증상은 동일합니다. 당이 세포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액중에 뒤섞여 혈당 수치를 높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혈당 수치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혈관이 망가지게 됩니다. 따라서 당뇨병의 정확한 정의는 소변에 당이 섞여나오는 병이 아니라 “고혈당으로 인해 혈관이 망가지는 혈관병”인 것입니다.
당뇨병을 진단하는 방법은 혈당검사를 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혈당 검사를 통해서 당뇨병을 진단하는데는 세 가지 기준이 적용됩니다. 첫 번째가 체중 감소와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자주 보는 것과 같은 당뇨병의 전형적인 증상이 있으면서 마지막 식사시간과 상관없이 낮시간에 무작위로 측정한 혈당이 200mg/dl 이상인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공복혈당이 126mg/dl 이상인 경우입니다. 보통 밤 사이 8-14시간 동안 아무것도 섭취하지 않은 공복상태에서 아침에 혈당을 측정하는데 이 수치가 100mg/dl 미만이면 정상, 100-125mg/dl 사이이면 전당뇨병 상태, 126mg/dl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식후 2시간 혈당이 200mg/dl 인 경우이다. 병원에서는 식사 대신 포도당 75g을 물 300ml에 희석시켜 마시게 한 다음 2시간 후 혈당이 200mg/dl 이상인 경우 당뇨병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 당뇨병 학회에서는 2010년 당화혈색소로도 당뇨병을 진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당화 혈색소 검사는 2-3개월동안의 평균 혈당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일반적인 혈당 검사보다 정확한 진단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당화혈색소가 6.5%이상인 경우 당뇨병으로 진단할 수가 있습니다.
참고 문헌
1. 당뇨병학 4th edition, ( 대한당뇨병학회 저 )
2. 당뇨병 희망 프로젝트 ( 강북삼성병원 당뇨병 전문 센터 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