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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감기에는 항생제 필요하지 않아요”
작성일 2014.05.07
조회수 745

“단순한 감기에는 항생제 필요하지 않아요”

 

“아이고, 선생님, 동네서 감기약 지어 먹고 왔는데, 소용 하나도 없었어요. 항생제 팍팍 넣어 쎈 놈으로 지어주세요.”
“ 네? 증상이 어떠신데요?”
“목도 쎄~하게 아프고, 콧물도 줄줄 나고요. 가래도 많아요. 가래 색깔도 점점 노래지네요.”
“기침은요?”
“제가 기침 때문에 여기 왔다는 거 아닙니까, 기침하느라고 밤에 잠을 못 잔다니까요.”
“아, 네. 그런데 며칠이나 이렇게 아프신 건가요?”
“한 사나흘 된 것 같아요. 어쨌든 이틀이나 동네 병원 약 먹었지만 효과 없었다니까요. 항생제가 없어서 그래요. 항생제 넣어주세요. 큰 병원이니까 센 놈으로 팍팍 넣어주실 수 있죠?”
“ 아, 네..”

 

몸살 감기, 혹은 독감이라 부르는 인플루엔자 감염이 극성을 부리는 겨울 한철이 지나고 나면, 소위 환절기라고 부르는 감기철이 돌아온다. 하루에도 수십 명이 비슷비슷한 감기- 의학 용어로는 비특이적 상기도 감염(nonspecific upper respiratory infection) -으로 감염내과 외래를 찾아온다. 봄이라고는 하나, 아직까지 창문을 열어놓고 환기를 많이 할 수 없는 날씨에, 누군가 직장이나 학교에서 기침을 하기 시작하면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씩 기침을 하고 어느새 다들 감기약을 먹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본다. 감기에는 약이 필요할까? 그리고 과연 감기약에 항생제가 꼭 필요한 것일까?

 

목 아프고 콧물 나고 가래에 기침까지. 위의 환자가 말했던 모든 증상은 비특이적 상기도염 증상들이다. 이런 상기도 감염 원인은 아주 다양하다. 가장 잘 알려진 감기의 주범 리노바이러스(rhinovirus – 이름도 코 바이러스다)를 시작으로 하여 캥캥이 기침을 하게 만든다는 유명한 크룹(croup, 후두염)의 주범인 파라인플루엔자(parainfluenza), 열 감기 혹은 설사 감기라고 하는 아데노 바이러스 (adenovirus), 그리고 너무나 전신 증상이 심하고 폐렴을 일으킬 수도 있어 독감 혹은 플루라는 이름을 따로 가지고 있는 인플루엔자(influenza, flu)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종류가 다 비특이적 상기도염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인플루엔자의 경우는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듯, 전신 증상과 하기도 감염을 일으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으며, 가을이 되면 예방 접종도 실시하고 항바이러스제 치료가 필요하기도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감기의 범주에 속하지 않고, 따로 분류한다. 일반인들이 소위 감기(感氣, common cold) 라고 부르는 질병은 비특이적 상기도염 중에도 좀더 증상이 미약하고, 그 증상 범위가 코와 목에 국소적으로 생기는 경우를 칭하며, 의학용어로 급성 비인두염(acute nasopharyngitis)이라 표현한다.

 

흔히 누구나 일 년에 한두 번쯤 앓는 감기의 원인은 위에서 언급했던 바이러스이다. 통계에 의하면 감기를 자주 앓는 환자의 경우는 1년에 12번 이상씩 앓는 경우도 있다고도 하는데, 그렇게도 흔한 모든 감기의 원인 중 항생제의 치료 목적인 세균이 주범인 경우가 거의 없다. 항생제가 필요 없단 이야기다. 그렇다면 감기 증상이 오래되면 어떨까? 정상 성인에서 기침이나 코막힘같은 것들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많은 연구들에 따르면, 감기 증상이라고 여겨지는 발열, 인후통, 기침, 콧물 등은 20% 이상에서 약 2주까지 지속된다고 알려져 있다. (아래 그림참조) 결국 증상이 오래 간다고 하여 항생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기 위해 사용하는 약으로 바이러스에는 전혀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필요 없는 항생제를 사용하면 내성균만 증가시킬 뿐이다. 감기는 우리의 면역이 스스로 작동하여 항체를 만들어 바이러스를 없애는 그 순간까지 계속되는 것이다.

 

다시 진료실로 돌아가서 항생제를 원하는 환자께 내가 드리는 답은 이거다.
“어머니, 단순 감기시네요. 집에 가셔서 물 많이 드시고 맛있는 것 많이 드시고 푹 좀 쉬세요. 지금 항생제 쓸 때는 아닌걸요. 아마 한 일주일 지나시면 좋아지실 거예요.” <감염내과 전문의 전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