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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청소년 우울증-긍정적 태도로 스트레스 극복 및 또래관계 형성 중요
작성일 2012.03.30
조회수 3,903

 

긍정적 태도로 스트레스 극복 및 또래관계 형성 중요

 

우울증은 흔히 ‘마음의 감기’라고 한다.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흔한 증상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예민한 시기인 10대 청소년기에 겪게 되는 우울증은 자살 등의 극단적인 결과 뿐 아니라 성인된 이후에까지 영향을 미치므로 부모의 관심과 예방이 절실히 필요하다. 


최근 언론들의 보고에 의하면 한국의 10대 청소년들의 우울증과 수면장애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소아청소년 광역정신센터가 지난해 서울 시내 중고교생 3만7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울증 학생 선별검사’에서도 5,285명(17.2%)이 평소 우울감을 느끼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심한 우울증이 의심돼 병원치료를 권장 받은 학생 수는 1,425명(4.6%)이었다. 하지만 작년 한 해 서울에서 우울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청소년 수(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기준)의 비율은 전체의 0.47%로 저조했다. 이는 우울증이 심각하지만 전문 치료기관에서 치료 받는 학생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우울증이 정신병이라는 편견 때문이다.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보편적인 증상인데도 자녀가 우울증 증상을 보이면 마음이 약하다고 다그치고 이를 부끄럽게 여겨 숨기려고만 하여, 결국 우울증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우울증이 정신병이라는 편견을 없애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청소년을 '정신병 환자'라고 낙인찍지 말아야 한다.


10대 청소년의 우울증 증상은 성인과 달리 우울한 감정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가면성 우울증(masked depression)'이라는 데 심각성이 더할 수 있다. 우울증이 무단결석, 게임, 인터넷 중독, 비행 등 행동 문제나 학업부진과 같은 위장된 형태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당연히 주변은 물론 자신까지 그 원인이 우울증임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근본 원인인 우울증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만을 고치려고 들면 부모와 자녀의 불화만 심해지고 더 악화가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인터넷 중독 때문에 우울증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우울증 때문에 인터넷 중독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것을 모르고 부모는 인터넷만 그만두게 하려고 하지만 정작 그 뒤의 심리적 요인을 놓칠 수 있어 주의하여야 한다.


우울증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청소년은 감수성도 무척 예민하고 성인과 달리 자아 정체성도 덜 확립된 상태이기 때문에 우울증에 더 취약할 수 있다. 현재 보고되는 청소년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는 공부(55.3%), 외모(16.6%), 직업(10.2%), 가정환경(6.8%) 등이다. 그 중에서도 성적과 입시 경쟁에서 오는 과도한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으로 생각되어진다. 그리고 부모의 불화, 친구 관계 등이 청소년 우울증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자녀가 원래 갖고 있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불안장애, 적응장애 등으로 인해 우울증이 생긴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문제는 청소년 스스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우울증을 치료하는 비약물적 방법 중 가장 좋은 것 중에 하나가 운동인데, 요즘 청소년은 공부하느라 운동할 시간도 없고 운동에 관심도 없다. 그리고 고민을 나누고 스트레스를 풀 가족이나 친구가 거의 없어 혼자 해결하는 방법에 몰두하게 되는데 대표적 예가 인터넷과 컴퓨터 게임이다.


10대 청소년에게 우울증은 쉽게 발병하기도 하지만 제때 치료를 받으면 빠르게 회복된다는 점에서 예방과 조기 진단, 치료가 중요하다. 성인은 보통 우울증이 생긴 원인이 여러 가지인데다 심리상태가 복합적이고 만성적이어서 치료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지만, 10대 청소년은 사고 체계가 상대적으로 단순한 편이어서 원인을 찾기만 하면 비교적 치료가 어렵지 않을 수 있다. 많은 경우 우울증을 겪는 청소년 중 상당수가 약물을 안 쓰고 상담과 부모의 태도 교정만으로도 증상이 놀라울 정도로 호전될 수 있다.


자녀들이 우울증이 의심된다면 부모들 스스로가 먼저 그 동안 양육 태도를 되돌아 봐야 한다. 아이들에게 강압적이진 않았는지, 부담을 많이 주지는 않았는지, 부부불화가 심하진 않았는지 등을 생각해 봐야 한다. 이때는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하며 문제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10대 청소년기 우울증은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평생 그 그림자가 남아 있게 된다. 우선 성격 형성기에 겪은 우울증은 자신감 결여로 이어져 성인이 됐을 때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 못하게 되는 사례가 많다. 또 성인이 됐을 때 우울증이 재발할 가능성도 매우 높아 우울증이 평생 고질병이 될 수 있는 등 만성화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적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울증의 치료와 예방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를 반드시 하고, 여러 가지 이완훈련방법, 자기를 주장하는 기술을 개발하며, 부정적인 자기 말을 줄이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극복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또래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건강한 취미, 여가활동 등과 같이 우울증을 예방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는 말은 부모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자녀가 스트레스를 풀도록 강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인철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