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막아 하지절단∙뇌경색 등 무서운 합병증 유발
문답으로 알아보는 당뇨병①
Q1. 경증 질환이라는 당뇨병, 꼭 치료 해야 하는가?
얼마 전 일입니다. 어느새 머리가 희긋희긋해지시는 60대 중반의 환자분께서 처방전을 내려놓으시더니 “과장님, 내가 앞으로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만날 인슐린 주사 맞고 약 먹고 손가락에서 피내서 혈당 재고 하겠어요? 나 힘들어 못하쿠다” 라고 하십니다. 어려움을 호소하시는 그 눈빛의 처연함과 눈가의 주름에서 삶의 무게가 느껴져서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환자분 입장에서는 혈당이 200〜300을 넘어도 어디 하나 아픈 곳 없고 불편한 곳이 없는데, 오히려 당뇨 전문의가 매일같이 자가 혈당 체크를 하도록 하고 인슐린 주사를 맞게 하는 것이 더 불편하고 힘겨워 원망스런 마음까지 들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뇨병 전문의는 과연 뭐라고 답을 해야 할까요?
우선 당뇨병이 어떤 질환인지 잠깐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흔히 ‘당’이라고 하는 혈액 속의 당분은 실제로 ‘포도당’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식사를 하게 되면 음식물 중에 포함된 탄수화물 성분이 소화되면서 당으로 분해되어 혈관으로 흡수되어 혈액 속의 포도당 농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혈액 속의 당 수치가 높아지게 되면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혈액속의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바꾼 뒤 간과 근육세포 속으로 이동시킵니다. 이렇게 글리코겐으로 전환되었던 당이 연소가 되면서 우리 몸의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당뇨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성인 당뇨병인 제 2형 당뇨병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분비된 인슐린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인슐린 저항성과 췌장의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 결함이 공존해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고혈당은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을 일으킬까요?
간단하게 말씀을 드린다면 당뇨병은(고혈당은) 혈관을 망가뜨리는 혈관병입니다. 혈당이 높은 혈액이 혈관을 흐르면서 혈관벽으로 침투하면서 상처를 입히고, 그곳에서 염증반응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 염증반응이 일어난 상처에 피 속을 돌아다니던 기름성분(고지혈증)들까지 들러붙게 되면서, 마치 지저분한 물이 흘러다니는 하수구가 막히듯이, 혈관벽에 딱딱한 덩어리들이 들러붙어 혈관의 통로가 좁아져서 결국 막히게 됩니다.
제일 먼저 손상을 받게 되는 것은 통로가 좁은 미세혈관입니다. 혈당관리를 소홀히 하여 합병증이 오기 시작할 때 미세혈관이 많이 모여 있는 장기부터 손상을 받기 시작하는데 그곳이 바로 눈, 망막에 이상이 생기는 당뇨병성 망막증과 콩팥의 미세혈관이 손상되어 콩팥기능에 이상을 초래하는 당뇨병성 신증이 대표적입니다. 결국 차츰 시력과 신장기능을 잃어가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고혈당이 지속되면 미세혈관 이외에도 뇌혈관, 심장혈관, 말초혈관과 같은 대혈관에도 손상이 생기게 되고, 결국 반신불수 등과 같은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뇌경색, 생명을 앗아가는 심근경색 그리고 흔히 ‘당뇨발’이라고 불리우는 족부질환으로 인해 하지 절단을 유발하게 됩니다. 그래서 “당뇨 환자는 살아 계실 때는 미세혈관 합병증으로 고생하다가 대혈관 합병증으로 사망하게 된다.”는 장탄식을 당뇨 전문의들은 하곤 합니다.
그래서 원망스레 바라보는 환자의 눈빛을 받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당뇨를 보는 의사는 계속 환자분에게 매일 혈당 체크를 하도록 설명하고 인슐린 주사나 약을 열심히 먹고, 무엇보다도 당뇨조절에서 가장 중요한 식이습관 조절과 운동을 권유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어르신, 당뇨가 완치되지 않는 만성 질환이지만 잘 조절만 해서 적정한 수치를 유지해주시면 실명, 말기 신부전으로 인한 투석, 뇌경색으로 인한 반신불수, 심근경색으로 인한 급사 등을 예방할 수 있어서 노년에 겪을 고통을 막을 수 있으십니다. 삶이 바뀝니다. 받을지 못 받을지도 모르는 보험금은 그렇게 열심히 내시면서, 당뇨 치료는 열심히 하면 반드시 보상이 오는, 꼭 돌려받는 보험인데 왜 안 하십니까?” 라고 안타깝게 설득해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다음호에 계속> <내분비내과 조명진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