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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작성일 2019.12.03
조회수 329

발생 전 위험요소 파악해 잘 관리하는 것이 최선

뇌졸중

 

 

 

 

50대 중반의 A씨, 집에서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고, 사회적으로는 자신의 분야에서 나름 ‘잘 나가던’ 사업가였다. 그랬던 A씨가, 아침 일찍 출근준비를 하기 위해 들어간 화장실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이후로, 현재는 중환자실에서 의식 없이 누워 있다. 무엇이 한창 잘 나가던 A씨의 걸림돌이 되었을까? 무엇이 평화로웠던 A씨의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아가 버렸을까? 그것을 되짚어 보려 한다.

 

신경외과 의사로서, 환자의 보호자들을 만나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멀쩡했던 사람이 갑자기… 이럴 수가 있습니까?”

 

그렇다! 그럴 수가 있다! 의학에 있어, 갑자기 발생할 수 있는 병의 3대장은 첫째가 자동차 사고나 추락 같은 ‘외상’, 둘째가 감기나 폐렴 같은 ‘감염’ 그리고 마지막 셋째가 ‘혈관병’ 이다.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생기는 ‘혈관병’은 아무런 증세가 없다가 갑자기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순간 ‘병(病)’이 된다. 더군다나 다른 부위도 아닌 뇌혈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발생하는 병이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중풍(中風) 혹은 뇌졸중(腦卒中)이다. 뇌혈관이 막혀서 피가 뇌로 공급되지 않아 오는 뇌손상을 ‘뇌경색’이라 하고, 뇌혈관 밖으로 피가 터져 나오며 발생하는 뇌손상을 ‘뇌출혈’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뇌졸중은 뇌경색과 뇌출혈을 모두 포함하는 말이다.

 

이러한 뇌졸중은 60대-70대의 나이에서, 여자보다는 남자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전체 사망률만 따져본다면 암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암이 여러 종류의 암을 다 포함한 경우이므로 단일질환으로는 1위이다. 또한 이러한 사망률은 50대부터 급격하게 증가한다. 즉, 뇌졸중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많이 발생하고, 사망률도 높다는 뜻이다. 

 

흔히 이야기 하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지 않으려면, 나이가 들수록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위험요소들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 뇌졸중이 발생하기 전에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해 미리 대처하면,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공포의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다.

 

뇌졸중의 위험요소들 중 첫째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고혈압’이다. 60세 이상의 사람들 2명 중 1명꼴로 고혈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번 약을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어야 하니, 일단 음식으로 조절해봐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고혈압 치료를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상, 40-69세의 연령에서는 수축기 혈압이 20mmHg 증가할수록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이 2배씩 증가하는 경향이 보고되고 있으며 고혈압의 약물치료는 뇌졸중 발생을 30-40% 낮추는 것으로 되어 있어, 뇌졸중의 예방에 있어 고혈압의 조절은 매우 중요하다.

 

둘째, 당뇨병이다. 당뇨는 뇌졸중 특히 뇌경색의 발생을 2배 올린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다른 위험요소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뇌졸중의 발생을 6%가량 낮출 수 있다. 최근 식생활의 서구화로 인한 비만의 증가와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이에 발맞춰 당뇨병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현재 당뇨병이 없더라도 자신이 고령에 비만이라고 생각된다면 당뇨 검사를 해보고, 일찍부터 조절하는 것이 그 또한 무시무시한 당뇨 합병증뿐만 아니라, 뇌졸중도 예방할 수 있는 길이다. 

 

셋째, 이상 지질 혈증(dyslipidemia)이다. 건강검진 상 수치가 높다고 이미 ‘진단’은 받았으나, ‘귀찮게 뭐하러 먹나?’ 하는 생각으로 치료를 하지 않는 병이 바로 이상 지질 혈증이다. 이상 지질 혈증이란, 콜레스테롤(총 콜레스테롤과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정상수치보다 높거나, 동맥경화를 막고 항염증 효과가 있다는 HDL 콜레스테롤이 정상수치보다 낮은 경우를 말한다.

 

힘들게 고혈압, 당뇨 등의 다른 위험요소들을 교정했다 하더라도 이상 지질 혈증이 교정되지 않은 경우 뇌졸중, 특히 뇌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이 1.5배 이상 증가한다고 보고되었다. 특히, 간단한 피검사를 통해 진단이 바로 되고 약만 복용하면 조절이 잘 되므로, 자신이 이에 해당된다면 ‘귀찮더라도’ 약을 복용하여 조절하는 것이 좋다. 음식과 운동만으로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적응증이 된다면 약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음식과 운동은 덤으로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넷째, 흡연이다. 흡연은 그것만으로도 뇌졸중의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는 ‘단독 위험 인자’ 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뇌졸중의 위험성을 4배 이상 올릴 수 있다고 되어 있으며, 이는 자신이 직접 담배를 피우지 않는 ‘간접흡연’에도 해당된다. 

 

약 한 흡연자가 담배를 끊는다면 그 후 2년이 되어서야 뇌졸중 위험성이 감소하기 시작하고, 5년이나 지나서야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뇌졸중 위험성에 비로소 도달한다. 최근에는 여성의 흡연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어, 흡연은 여성 뇌졸중의 발생을 증가시키는 위험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흡연은 ‘백해무익’이라는 이야기. 이 말은 초등학생은 물론 흡연자 자신도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외래에서 치료 상 금연을 권유해보면 많은 사람들의 경우, ‘저도 끊고 싶지요!’ 하며 멋쩍게 웃기만 하고 고개를 절레 흔드는 경우가 많다. 신경외과 의사로서 금연 성공을 목격한 경우가 있기는 하다. 이는 뇌졸중에 걸려 중환자실에 누워 억지로 금연을 한 경우이다. 그럴 때마다 ‘조금만 더 일찍 금연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든다. 

 

위 네 가지 이외에 심장질환(심방세동, 판막질환 등), 대사증후군, 경구피임제 등의 다른 위험요소들이 있다. 하지만 위의 네 가지가 가장 ‘대중적인’ 뇌졸중의 위험요소이며, 조절시 뇌졸중의 위험성을 많이 낮출 수 있는 위험요소로서 소개를 해 보았다. 

 

뇌졸중은 앞서 예를 들었던 가상의 인물 ‘A씨’의 경우처럼 한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러한 일을 겪고 있는 보호자들의 입장에서는 한 집안의 우환이며, 나아가서 A씨가 속해있던 삶의 터전에서는 그 사회의 문제일 수도 있다. 이미 뇌졸중이 발생한 이후에는 그 일이 발생하기 이전의 온전한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뇌졸중이 발생하기에 앞서 위험요소를 파악하고 필요에 따라 약을 복용하고, 삶의 방식을 건강하게 바꾸는 노력으로 뇌졸중을 예방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마라’는 말이 있다. 한 영국 시인이 ‘가지 않은 길’이란 시를 썼다고 하던데, 이 글을 읽은 그 누구도 뇌졸중으로 가는 길은 굳이 가지 않았으면 하는 한 신경외과 의사의 바람이다. 

 

 

 

 

<박태준 신경외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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