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의 건강을 해치는 달콤한 살인자
<설탕중독>
먹방, 쿡방이 대세인 요즘, 방송에서 ‘슈가 보이’로 불리는 백종원 쉐프가 요리에 마법의 백색가루-설탕을 아낌없이 뿌리는 장면을 보면서 “저렇게나 많이?”라고 생각을 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아 진짜 맛있겠네! 묘하게 끌려~”라고 생각한 사람이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평소 음식에 대한 자제력을 발휘하는 사람도 시험기간 혹은 해결해야 하는 과제의 마감과 같은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초콜릿, 각종 과자, 비타민 드링크 등등 군것질을 하고 있음을 깨닫고 왜인지 모를 죄의식을 가진 경험을 토로하기도 한다. 자신도 모르게 자꾸 단 것이 먹고 싶고, 화가 나거나 우울할 때 무의식 중에 달콤한 음식이 당긴다면 설탕에 중독된 것은 아닌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설탕중독]의 저자 낸시 애플턴은 그의 저서에서 설탕에 중독되었어도 정작 본인은 모를 수 있다고 말하면서 본인이 매일 설탕이 든 음식을 얼마나 먹는지, 설탕이 든 음식을 안 먹고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묻는다. [우리 가족의 건강을 해치는 달콤한 살인자! 설탕 중독]이라는 책에서는 설탕 중독 자가 진단법을 아래와 같이 제시하면서 항목 중 3개 이상 해당되면 설탕 중독 가능성이 높다고 하였다.
-하루라도 초콜릿, 과자, 빵, 1회용 커피 등 단 음식을 먹지 않으면 집중이 잘 안 된다.
- 항상 다이어트를 하지만 살이 잘 안 빠지고, 빠져도 다시 원 상태로 회복된다.
- 스트레스를 받으면 단 음식을 먹어야 풀린다.
- 예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단 것을 먹고 있는데도 만족스럽지 않다.
- 버릇처럼 단 것을 찾거나 배가 불러도 단 음식은 꼭 더 먹는다.
- 빵이나 국수 종류, 떡, 과자 등을 배부를 때까지 먹는 경향이 있다.
- 자신이 느끼기에도 단 음식을 지나치게 먹는다는 생각이 든다.
설탕 좀 먹는다고 뭐가 어때서! 살 좀 찌고 충치 좀 생기겠지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이 두 가지 이유만으로 설탕이 소리 없는 살인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정부가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일까? 아니다! 문제는 과도한 당분이 내분비계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이라는 기관에서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코르티솔은 단음식을 먹고 싶게 만드는데, 이때 설탕, 과당과 같이 단맛을 내는 ‘단순당’을 먹으면 우리 몸에 빠르게 흡수되며 혈당이 갑자기 오르게 되고, 우리 몸은 상승된 혈당을 낮추기 위해 재빨리 인슐린을 분비하게 되는데, 이는 다시 혈당을 빠른 속도로 떨어뜨려서 다시금 단음식을 갈구하게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우리 몸은 다시 스트레스 상황이라고 인식하여 또 다시 코티솔이 분비되고 단 음식이 당기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결국 호르몬 분비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항상성을 잃게 되어 갑상선 이상, 부신 고갈로 인한 만성피로, 저혈당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당연히 당뇨병의 유병률도 높아진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발표한 한 연구에서, 당분이 첨가된 음료수를 하루에 한두잔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26%,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20%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설탕의 양을 줄여야 할까. 최근 설탕 과다 섭취의 주요 원인으로 특히 탄산음료, 커피, 주스 등 ‘가당음료’가 주범으로 꼽히고 있어 우선 이를 줄이는 것부터 실천할 것을 추천한다. 음료 안에 함유된 당분의 양이 상상 이상으로 높다. 대한비만치료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일부 저칼로리 품목을 제외하고 스포츠 이온 음료 500ml 한병 기준으로 각설탕 5~7개에 해당하는 당류가 함유돼 있었다. 이 외에도 콜라 250ml에는 8.3개, 바나나맛 우유 240ml에는 8.7개의 당분을 함유하고 있다. WHO의 당 섭취 권고량이 성인 하루의 경우 50g 정도(3g짜리 각설탕 16개 이하)인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이다.
혈당량을 조절하기 위해 달콤한 음료수만 끊으면 될까? 그렇지 않다. 흔히 건강식품으로 인식되는 제품도 알고 보면 엄청난 설탕 덩어리다. 그 예로 즐겨먹는 과일청은 과일과 설탕을 1대1 비율로 섞는다. ‘OO원액’이나 ‘XX농축액’이라 부르는 건강음료도 알고 보면 원액추출물 50~70%에 물과 사카린 같은 당분을 첨가한 제품이 대부분이다. 술안주나 아이들 간식거리로 자주 먹는 말린 과일은 보통 생과일에 함유된 천연당보다 5~10배 많은 첨가당이 들어 있다. 인스턴트음료는 물론 과일청, 가공한 과일, 원액식품 또한 건강에 이롭다는 인식 하에 과량의 설탕을 섭취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진 달콤한 유혹을 바로 뿌리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분이 첨가된 음료부터 끊어보자. 달콤한 딸기, 바나나 우유 대신 흰 우유를, 탄산 음료대신 탄산수를 마시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외식을 줄여보자. 가공 식품의 섭취를 줄이고 천연 식품을 소비하고, 설탕대신 천연
감미료를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달콤함이 주는 안정감을 찾는 대신 독서, 산책, 운동, 무엇인가를
배우는 등 다른 곳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찾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직 늦지 않았다! ‘만병의 근원’이요 ‘노화의 지름길’, ‘다이어트의 적’ 이라고 불리 우는 설탕 중독에서 탈 설탕 선언을 해보자!
<김이경∙내분비내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