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한반도가 몸살 앓아
개인 위생 수칙 준수하고 면역력 향상 노력 필요
최근 들어 국정농단이라는 단어가 모든 언론의 정치 사회 면을 채우고 있다면, 보건 및 건강을 다루는 지면에서 가장 뜨거운 논의는 독감일 것이다. 독감은 독한 감기라는 한자어로, 인플루엔자(influenza)를 번역한 것이며, 2009년 새로운 종류의 독감이라는 신종 플루라는 표현이 대중화되면서 사용되기 시작한 플루(flu)는 인플루엔자의 생활 영어 표현이다. 지난 12월부터 지금까지 한국 국민들이 최대 유행이라는 계절형 독감(H3N2)에 시달리고 있는 동안, 철새들과 조류들은 고병원성 조류독감 (H5N6)에 걸려서 천 만 마리 이상 살처분과 이동 금지 등의 다양한 조치를 당했다. 결국 안타깝게도 2004년 이후 없었다던 고병원성 조류 독감이 제주도의 철새들에게서까지 발견되는 상황이 되었다. 한마디로, 사람이든 조류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한반도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과 조류 독감은 다른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인플루엔자의 아형은 A, B, C 세 종류이나, 인간에게 주로 영향을 끼치는 바이러스는 A형이나 B형이며, 특히 역사적으로 대유행, 이라고 이름 붙여진 1918 스페인독감, 홍콩독감, 신종 플루 등은 모두 A 형에 속한다. 최근 들어 종종 언론에서 언급되는 H와 N은 인플루엔자에 있는 헤마글루틴(Hemaglutin) H 1- 16와 뉴라미데이즈(Neuramidase) N1-9 의 조합이다. 이렇게 H와 N이 조합을 이루다 보니, 인플루엔자 A아형만 해도 이론적으로는 144가지의 종류를 가질 수 있다. (참고) 그러나 보통 인간을 주 감염원으로 하는 계절형 독감은 H3N2 가 흔하고, 2009년에 유행했던 신종플루는 H1N1이다. 한편 임상적으로는 영향력이 A보다는 적지만, 최근 들어 점점 더 자주 문제를 일으키는 소위 봄에 일어나는 봄 독감 인플루엔자 B형은 일반적으로 야마가타와 빅토리아라는 2개의 아형만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사람이든 조류든 최근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도대체 왜 이렇게 강력한 걸까? 왜 어떤 종류는 조류만 괴롭히고 어떤 종류는 모든 동물들을 다 괴롭힐 수 있는 것일까? 이는 RNA virus 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핵산구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캡시드라고 불리는 단백껍질 안에 8개 정도의 RNA가 분절된 상태로 들어가 있다. 유전물질로서의 RNA는DNA 보다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RNA 바이러스들이 DNA 바이러스들에 비해 변이가 잘 일어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RNA에 짧은 조각들로 이뤄져 있다 보니, 돌연변이의 확률이 증가한다. 또한 이러한 분절 RNA들은 생물 종들 간에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지 인간뿐 아니라, 인간 주변의 가축들인 오리, 닭, 돼지 등의 가축들 사이를 이리 저리 옮겨 다니면서 새 변종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2009년 인플루엔자 대유행 초기에 신종 플루(H1N1)라는 이름을 쓰기 전, 돼지독감 (swine flu)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던 것이다. 이렇게 종간 이동이 많다 보니, 현재 여전히 인플루엔자는 범세계적이면서도 주기적으로 거대한 규모의 유행이 일어나고 있으며, 천만의 조류 살처분을 보면서 사람에게도 전달되지 않을까 라는 두려움을 갖게 되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조류독감에 걸린 닭, 오리 등은 살처분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해결하지만, 다행히 우리들은 독감 백신이라는 예방책을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독감 백신을 맞는 경우 독감에 안 걸리지는 않으나, 적절한 수준의 면역 발현을 통해 심한 합병증으로의 진행을 줄이고 있다. 올해 유행한 계절독감 A/H3N2 역시도, 유전자 분석결과를 해 보니, 올해 백신주와 항원성이 유사하여 예방접종이 효과가 있었다. 즉 접종군은 비접종군들에 비해 가벼운 증상을 겪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다행인 것은 올해 독감은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내성도 없어 인플루엔자 증상 시작 48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할 경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전파력 및 이환 기간을 줄이고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
최근 1월 첫 주 이후 질병관리본부 보고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표본감시결과,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사환자수가 2016년 50주(12.4.~12.10.) 34.8명, 51주(12.11.~12.17.) 61.8명, 52주 (12.18~12.24.) 86.2명에서 53주(12.25.~12.31.) 64.2명(잠정치)으로 예년에 비해 높은 수준이나,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예년보다 높은 수준이라 안심하긴 이른 상태이며, 손 씻기, 기침예절을 포함한 개인 예방 수칙, 취약군의 외부출입 자제 등을 권고하였다. 더불어 일반적인 독감 백신 접종 시기인 10월 말에 접종을 못했더라도, 고 위험군 환자군에게 지금이라도 독감 접종을 권유하였다. 물론 겨울 계절 독감인 A형이 한풀 꺾여 가긴 하지만, 봄 독감이라고 말하는 B 형 독감이 어떨지를 모르기 때문에 아직 안심하기는 이른 시기일 것이다. 다시 한번 개인 위생 수칙과 면역 증가에 노력을 강조하고 싶다. <전윤희•감염내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