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습관, 각종 신체적․정신적 질환 유발 및 가속화
알코올 의존
술!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나라 사회는 전반적으로 술에 대해 관대한 사회이다. 술을 마시면서 친밀감을 높이고 그럼으로써 일이 진행된다고 믿으며 술을 잘 못 마신다고 하면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술을 구하는 것도 쉽다. 유럽이나 미국 등의 나라에서는 저녁에 일정한 시간이 넘으면 마트에서 술을 팔지 않으며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은 마트에서 팔지 않고 주류전문점에서 사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1년 365일 언제 어디서나 저렴한 가격에 술을 구할 수 있다. 술을 마시고 취함으로써 하는 실수에 대해서는 술 취한 것이기 때문에 넘어갈 수 있고 다음날 숙취로 일에 지장이 있어도 쉽게 이해해 주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화에서 술은 쉽게 우리 일상생활을 침투하고 그럼으로써 술로 인한 많은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음주 운전 등의 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간염, 간경화, 간암 등의 신체 건강의 문제, 음주로 인한 가족 간의 갈등, 우울감, 자살 등의 정신 건강의 문제 등등이 주변에서 많이 관찰되고 있다.
술이 무섭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술에 관한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에는 이미 알코올 의존에 들어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통 알코올 의존이라는 진단명을 붙이게 되는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40대 중반 정도이다. 처음 술을 마시기 시작했을 때에는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술을 마시는 시간이 늘어감에 따라 보통 5~15년 정도 지속적으로 술에 노출이 되기 시작하면 내성이나 금단이 생기게 되면서 술로 인한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내성이란 술을 마시면서 원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 많은 양의 술을 마시게 되거나 동량의 술을 계속 마시다 보면 처음보다 효과가 저하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처음에는 소주 반병만 먹어도 취하고 기분이 좋았으나 계속 마시게 되면 반병을 마시면 취하지 않고 점점 늘어나 소주 2~3병을 마셔도 취한 느낌이 안 나게 되는 것이다. 금단이란 술을 마시지 않으면 나타나는 불편한 신체적, 정신적 증상이다. 예를 들면 술에 의존이 생긴 사람이 갑자기 금주를 하게 되면 식은땀, 손 떨림, 불안 등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24시간 정도가 지나면 간질발작도 나타날 수 있고 72시간 전후하여서는 전진 섬망 이라는 금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전진 섬망의 증상이 나타나면 의식이 혼탁해지며 환시, 환청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내성과 금단 증상은 오랜 기간 술에 노출되었을 때 생기므로 주변에서 술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기 시작하거나 본인 스스로 술에 대한 문제를 느끼기 시작할 때에는 이미 중증 알코올 의존에 들어와 있을 가능성이 높다.
흔히들 술을 끊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을 때 주로 하는 말 중에 하나가 나는 몇 달도 술을 안 마신 적이 있고 몇 년도 끊은 적이 있으니 알코올 의존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서 술에 노출되었을 경우 이미 뇌세포가 술에 의한 변형이 왔기 때문에 몇 년을 끊어도 다시 입에 술을 대는 순간 다시 알코올 의존으로 돌아가 버린다. 알코올 의존으로 입원하였던 60세 남자 환자는 10년 전에 술을 끊었다고 한다. 음주 운전으로 큰 사고를 낸 이후 10년 동안 술을 입에 대지도 않고 완전 금주에 성공하였었다. 10년 정도 술을 마시지 않고 지냈으므로 이제 본인이 다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고 환갑 기념으로 소주를 반병 마시게 되었다. 그 뒤로 정확히 한 달 뒤에 환자는 술을 조절하지 못하고 계속 술만 마시다가 다시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으로 입원을 하게 되었다.
술! 술로 인한 정신과적 문제
술과 함께 모든 정신적인 질환이 찾아 올 수 있다. 기본적으로 우울증이 많이 있으며 술을 계속 마시게 되는 기저에는 우울증이 있는 경우가 많다. 알코올 의존으로 찾아오는 환자를 면담하는 경우 세상의 즐거운 일이 특별하게 없다고 이야기하며 취미 생활이 없는 경우가 많다. 술 마시는 일 외에는 특별히 즐거운 일이 없다고 한다. 이런 경우 우울증 치료를 병행하면 치료에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울증 다음으로 많이 호소하는 것이 불면증이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의 대다수 사람들이 밤에 잠이 안 와서 술을 마시게 된다고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다. 술은 잠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술을 마시면 잠은 잘 들 수 있게 되지만 자주 깨게 되고 얕은 잠을 자게 된다. 술의 장기적인 금단 증상 중의 하나가 불면증이다. 따라서 술을 끊게 되면 잠이 오지 않고 괴로워 하다가 다시 술을 마시게 되는 경우가 많다. 술보다는 치료를 통해서 불면증을 극복하는 것이 환자에게는 유리하다.
술을 오랜 시간 노출해서 마시다 보면 피해망상 등의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술을 마시면서 사회적, 직업적 기능이 떨어지게 되고 가족 내에서도 기능이 떨어지게 되면서 자존감이 낮아지게 되고 그러면서 배우자를 의심하고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해하려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다. 심할 경우는 입원을 하기도 하지만 금주를 하면서 약물 치료를 받으면 많은 경우에서 호전을 볼 수 있다.
지금 당장은 보이지 않지만 가장 걱정되는 문제 중의 하나가 치매이다. 기대 여명이 늘어 남에 따라 치매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치매가 걸릴 확률은 증가하게 된다. 그런데 알코올이라는 물질이 뇌에 들어감으로써 뇌의 노화를 빠르게 하여 치매 증상을 빨리 나타나게 할 수 있다. 특히 식사도 잘 하지 않고 술만 마실 경우에는 비타민의 부족 등에 의하여 치매가 짧은 기간에 나타날 수 있다. 35세의 남자 환자는 가족과 연락을 끊고 소주를 박스로 사다 둔 뒤 술만 마시다 한 달 만에 가족에게 발견되어 병원에 내원하였는데 치매 증상을 보여 오랜 시간 병원에서 치료하였던 경우가 있었다.
술! 술로부터의 자유, 어떻게?
술에 대한 치료는 자기 스스로의 인식에서 출발한다. 술에 대한 문제를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치료의 효과는 현저하게 떨어지게 되어 있다.
다음 항목에서 두 개 이상에서 예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술에 대한 진료를 받아 볼 것을 권유한다.
1. 술을 마시는 횟수나 양을 줄이거나 술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2. 술로 인해 주위에서 걱정하거나 비난 받아서 힘들었던 적이 있는가?
3. 술을 마신 것과 관련해서 죄의식이 든 적이 있는가?
4. 해장술을 하는가?
알코올 의존에 대한 치료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처음 왔을 경우, 금주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경우에는 금단 증상을 완화시키는 제독치료를 하고 급성기가 지나면 술 생각이 안 나는 약 등을 처방하고 기저 질환을 검사해서 함께 치료를 하게 된다.
술이 문제라고 생각이 되면 주저하지 말고 상담을 받고 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괜찮을 것이라고 술 문제를 뒤로 미루지 말고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도전할 때 나와 가족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이원희․정신건강의학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