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진후 전문의와 상담통해 건강관리 계획 수립 필요
건강검진 어떻게 받을까요(2)
일반적으로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게 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되는 불상사(不祥事)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듯이, 건강검진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어야만 검진을 올바로 선택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이번에는 건강검진 선택 시에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건강검진 항목의 선택 시에 가족력(家族歷)을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족력은 ‘가계(家系)에 무슨 질병이 나타나고 있는가‘를 말합니다. 3대의 직계가족 또는 사촌 형제자매 이내에서 2명 이상이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가족력이 있다고 합니다. 가족력 가계도(家系圖)를 그려 보면 잠재적 위험성을 가진 질환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는 것이지요.
가족력이 강한 질환으로는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 질환, 치매, 아토피피부염, 골다공증, 전립선비대증, 탈모 등이 있으며, 암 중에서는 대장암, 유방암, 난소암, 갑상선암, 위암, 폐암, 전립선암 등의 가족력이 비교적 뚜렷한 편입니다. 대장/직장암은 환자의 5~15%가 유전적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가족 중 대장암에 걸린 사람이 두 명 이상이거나 50세 이전에 대장암 진단을 받은 사람이 있는 경우에 해당됩니다. 유방암은 환자의 5~10%가 유전적 원인으로 발생을 하는데 가족 중 젊은 나이에 유방암에 걸린 사람이 있거나, 유방암이나 난소암에 걸린 사람이 두 명 이상이거나, 다발성 유방암이 있거나, 남성 유방암이 있는 경우 등에 해당됩니다. ‘치매’로 알려진 알츠하이머는 부모가 알츠하이머를 앓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노년에 알츠하이머가 발병할 확률이 2배가량 높게 됩니다.
가족력이 ‘나’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유는 가족 간에 생활습관(식사, 흡연, 음주), 환경요인(주거환경, 직업) 그리고 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심리적 경향(스트레스 예민도와 해소 방법)이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잘 알고 난 다음에는 행동을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로부터 내려온 좋지 않은 영향력은 나에게서부터는 좋은 영향으로 바꾸어주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가족력의 위험도를 줄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즉 좋은 생활습관(싱겁고 적게 먹는 식사습관, 금연, 절주, 운동, 체중관리)을 유지하고 좋지 않은 환경요인은 피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지요. 이와 함께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건강한 가계도를 만들어가는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족력에 따른 검사 항목은 어떻게 선택해야 좋을까요?
1) 가족력으로 뇌혈관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경동맥 초음파, 뇌혈관 CT 검사 또는 뇌 자기공명검사(MRI, MRA)를 추가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65세 이상인 경우에는 추가 항목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2) 폐암과 만성 기관지염 등 호흡기질환의 가족력을 가진 경우에는 흉부 CT 검사를 고려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하루 한 갑씩 30년 이상(또는 하루 두 갑씩 15년 이상) 흡연을 해온 분이라면 매년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3) 위암의 가족력을 가진 경우에는 매년 위내시경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4) 간암의 가족력을 가진 경우에는 40세 이상에서는 1~2년에 한 번씩 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B형간염 항원이 양성인 경우에는 간 전문의에게 정기적인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간 초음파 검사는 물론 혈액 검사를 3~6개월 마다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5) 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질환을 가족력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40세 이상에서는 심장 혈관 CT 검사를 추가로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2. 연관된 질환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어떤 한 질환을 가지고 있을 때 이와 관련된 다른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증가하는데요. 지방간이 심한 사람은 관상동맥질환(심근경색증, 협심증 등)의 발생 위험이 최대 4배 정도 높게 되며, 동맥경화로 경동맥이 좁아진 경우가 많아 뇌졸중 발생 위험이 커지게 되므로 이에 대한 추가 검사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장에서 용종이 발견된 사람은 관상동맥질환의 발생 위험이 최대 2배 높아지며 용종의 크기가 클수록 위험도가 올라갑니다. 관상동맥 벽에 석회화(化)가 심한 사람은 뇌졸중 발생 위험이 1.7배 정도 높아지며, 정상 체중이지만 허리둘레가 85㎝가 넘으면 척추에 골다공증이 있을 위험이 2.5배 높아지므로 이에 따른 검사가 필요합니다. 이와 같이 검사 항목의 선택에 있어서 연관된 질환을 고려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3. 건강 검진을 받아야 할 병원을 선택 할 때에 지혜가 필요합니다.
검진 비용은 검사 장비, 의료진의 전문성, 이상 발견 시 진료의 연계성 등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일반적으로 기본 검진(신체측정, 혈액검사, 흉부 엑스레이, 심전도, 폐활량, 소변・대변검사 등)을 기준으로 할 때 종합병원(대학병원)의 검진 비용이 건강검진 전문기관에 비해 약 1.5배 정도 높게 나타납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건강검진 전문기관이 유리하겠지만, 질병 발견과 이에 대한 치료 연계성 측면에서 보면 종합병원(대학병원)이 우수하다고 하겠습니다.
정밀 검진(내시경, 초음파, CT, MRI 등)의 경우,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질병 발견률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해당 진료과 전문의가 검사를 해주는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음파, MRI, CT 판독의 경우에도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하는 것이 더 정확도가 높은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검진을 받을 병원의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겠지요.
그리고 건강 검진은 되도록 같은 병원에서 꾸준히 받는 것이 좋습니다. 검진 결과가 축적되어 있으므로 다음 번 검진 때 이를 반영한 세밀한 검진 계획을 세울 수 있으며 필요 없는 중복 검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건강 검진을 끝난 후에는 의사와 상담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검진이 끝난 후에 의사와 상담을 받지 않는다면 ‘검진’(현재의 문제 인식)에서 끝난 셈이지만 상담을 받게 되면 ‘증진’(미래를 향한 질병 예방)을 향한 발걸음이 시작되는 것이므로 반드시 검진 후 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담 시에 검사결과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필요한 검사(추가 및 정밀검사)에 대한 안내를 받게 되며, 보다 효과적인 건강관리(금연, 절주, 운동, 스트레스 해소, 식이 등)를 위한 전문가의 조언을 받게 됩니다.
또한 효과적인 검진을 위해서는 한 명의 의사(검진 주치의)에게 꾸준히 상담을 받는 것이 나에게 맞는 건강증진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서 효율적입니다. 건강검진 주치의가 건강한 미래를 향한 동반자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아는 것이 힘이지만, 행하지 않는 앎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두 번에 걸쳐 함께 나눈 지식을 이제부터는 실제 건강검진을 받는 행동으로 옮기는 시간입니다. 정기적 건강검진의 실천은 건강한 삶의 동반자라는 사실은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김동렬․건강증진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