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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히 치료 관리하면 일상생활 제한받지 않아
작성일 2015.07.28
조회수 790
적절히 치료 관리하면 일상생활 제한받지 않아
만성골수성백혈병


누구라도 갑자기 만성골수성백혈병이라는 통보를 받게 되면 몹시 당황스럽고, 백혈병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저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다. 어떻게 해야지 잘 하는 것일까? 결론은 고민할 것도 없이 전문의사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판단하여 결정된 처방을 따라야 함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훌륭한 처방이라고 하더라도 환자와 가족이 병과 치료에 대해서 알만큼은 알아야 계획된 치료 프로그램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그로인해서 최고의 치료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매년 인구 10-20만 명마다 1명꼴로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는 질병으로 국내에는 대략 1000-1500명 정도의 환자가 있다고 추정한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급성백혈병과는 달리 병이 있더라도 초기에는 혈액검사에만 백혈구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였을 뿐 특별한 증상을 갖지 않는다. 이 단계를 ‘만성기’라고 하며, 현재와 같이 새로운 치료법이나 새로운 약물들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항암화학치료제(하이드로시유레아, 뷰설판)만으로도 백혈구수가 잘 조절되어 별 불편함이 없이 잘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간이 평균 2-3년에 불과하였고, 어느 시점부터는 백혈구 수가 더 이상 잘 조절되지 않는 ‘가속기’에 접어든 다음 시간이 갈수록 병세가 점점 더 악화되어 급성백혈병과 비슷한 ‘급성기’로 들어가서, 수개월 후에는 결국 생명을 잃게 되었다. 그래서 이 분야의 전문의사들이 치료의 목표를 만성기에서 가속기나 급성기로 전환이 되지 않도록 백혈병의 근원을 제거하는 것으로 정하였다.

고용량의 항암제들을 환자에게 먼저 투여한 다음 다른 사람의 조혈모세포들을 수집해서 수혈하는 조혈모세포 이식치료가 만성골수성백혈병의 뿌리를 근본적으로 없애는 강력하고도 유일한 치료방법으로 오래 전부터 시행되어왔고 지금도 필요한 경우 간간히 시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식은 적합한 조혈모세포 공여자가 있어야만하고 이식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의 위험성 때문에 주로 40세미만의 환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에 비해서 생물학 제제인 알파 인터페론은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함을 갖고 있지만 항암화학치료제에 비해서 치료성적이 월등히 우수하였기 때문에 과거  한동안 골수이식이 불가능한 환자들에게 표준치료로 사용되었었다.

만성골수성백혈병 세포는 ‘bcr-abl융합유전자’라고 하는 돌연변이 암유전자를 갖고 있으며, 이는 만성골수성백혈병에서만 나타나는 ‘필라델피아 염색체’의 존재와 일치한다. 특이하게도 이 돌연변이 유전자로부터 만들어진 단백질이 백혈병세포가 스스로 성장하고 죽지 않고 계속 살아가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바로 이물질이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차단하여 만성골수성백혈병세포를 매우 효과적으로 파괴하는 ‘이매티닙(글리벡)’이라는 새로운 약이 개발되었고, 이를 ‘표적치료제’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이 약이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의 치료에 사용된지도 벌써 15년이 지났으며, 이약으로 치료를 받은 수많은 환자들이 과거 어떤 치료들과 비교해도 획기적으로 오래 살게 되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고혈압과 당뇨병처럼 약을 매일 먹기만 해도 되는 편리함과 적은 부작용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거의 제한을 받지 않고 정상인으로서의 생활을 누리고 있다.

신기루같은 이매티닙의 등장에 이어서 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갖는 다음 단계(다사티닙[스프라이셀], 닐로티닙[타시그나], 보수티닙[보술리프], 라도티닙[슈펙트]) 그리고 그 다음 단계의 표적치료제들(포나티닙[아이클루식])이 속속 개발되고 있어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 희망적이다. 

새로운 표적치료제들의 등장과 더불어 현미경 관찰로는 확인이 불가능하였던 극소수의 백혈병세포들까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특수한 유전자증폭 검사방법이 개발되어 10만개의 세포들 가운데 1개의 백혈병세포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정밀검사를 통해서 표적치료제의 치료효과를 정밀하게 평가하고 있다. 특히 사용 중인 표적치료제에 더 이상 듣지 않는 백혈병세포들인 나타나는 것을 아주 초기에 알아내서 새로운 약으로 교체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면서 백혈병세포의 존재가 유전자검사로도 전혀 발견되지 않게 된 환자들 가운데 약을 오랜 기간 중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재발하지 않는 환자들이 상당수 보고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표적치료제에 의한 ‘완치’의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의사들도 이제는 환자의 병 상태나 부작용 등에 따라 약을 골라서 사용할 수 있게 되어있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이제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생존율이 높은 만성질환의 하나로 다루어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치료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처음 정해진 용량을 매일 일정한 시간에 복용해서 피 속에 약물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해야만 한다. 그러나 오랜 세월 계속 약을 먹고 있다 보면 열심히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느슨해지기 쉽고, 바쁜 생활로 약 먹는 시간을 자주 놓치거나 아예 잊기 쉽다. 또한 부작용을 적절히 대처하지못해도 약을 중단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그래서 약을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먹는 습관이 들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약을 꼭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갖도록 주변사람들이 많이 도와줘야 한다. 끝으로 환자는 치료 도중에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 (예들 들면, 약물의 선택과 복용방법, 다른 특정약물을 복용하고 있거나 복용해야 하는 상황, 이상한 증상의 발생 등)에 대해 전문가인 주치의사와 항상 긴밀하게 상의해야 하며, 정해진 기간마다 병원을 방문하여 병의 상태와 부작용에 대해 검사와 평가를 받아 그 때마다 적절한 조치를 받아야 한다. 그렇게 해야 만성골수성백혈병과 평생 친구로 잘 지낼 수 있다. <한치화․혈액종양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