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열질환
여름철 작업시 충분한 물과 염분 섭취하고 휴식 필요
조절 한계 벗어나면 체온 유지 어려워 각종 질환 발생
사람의 몸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온도가 유지되어야 합니다. 너무 추워도, 너무 더워도 문제가 됩니다. 인체는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음식을 먹으면 우리 몸을 움직이는데 필요한 에너지로 바꾸어 보관되고, 열이 발생하게 됩니다.
추운 겨울에는 손발이 차갑고 땀이 잘 나지 않습니다. 열 손실을 줄여 체온을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반대로 더운 여름에는 피부가 붉고 따뜻합니다. 말초 모세혈관이 확장되어 열을 쉽게 방출하며, 땀이 많이 나서 증발하며 체온을 낮춥니다. 겨울이나 여름이나 체온은 36도에서 38도 사이를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운동 후 피부가 붉어지고 땀이 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름철이면 낮이 길어지고 기온이 올라갑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으로, 9월 기온은 평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여름은 점점 더워집니다. 여름이 되면 걱정해야 할 질환이 있습니다. 바로 온열 질환입니다. 앞서 말했듯 외부의 온도에 상관없이 체온은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그런데 조절 한계를 벗어나면 체온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더운 여름에 열을 발산하지 못하고 체온이 올라가면서 발생하는 질환을 ‘온열 질환’이라고 합니다.
온열 질환은 열경련, 열탈진(열피로), 열사병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질환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열경련은 전신 발작을 특징으로 하는 소아 열성경련과 다른 질환입니다.
열경련은 종아리에 쥐가 나며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허벅지나 어깨에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더운 여름에 육체노동이나 운동을 하며 땀을 많이 흘리고, 염분을 보충해주지 않았을 때 주로 발생합니다. 서늘한 곳에서 쉬면 자연 회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 1L에 소금 1g-2g을 섞어 마시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스포츠 이온 음료도 좋은 선택입니다. 작업 또는 운동 사이사이 적절한 휴식과 이온 음료 섭취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 보통 특별한 합병증 없이 회복됩니다.
열탈진(열피로)은 예전에 일사병으로 불렸던 것으로, 두통, 메스꺼움, 구토, 피로감, 어지럼증, 열경련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 기립성저혈압이나 실신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열탈진은 물이나 염분의 손실로 발생하게 됩니다. 체온은 40도를 넘기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물과 염분 보충, 충분한 휴식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입원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적절히 대처하지 않으면 열탈진은 열사병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열사병은 온열 질환 중 가장 위험한 병입니다. 40도 이상의 고열과 의식변화가 특징적입니다. 뇌를 포함한 신경세포들은 고온에 취약합니다. 마치 뇌졸중에 걸린 것처럼 편마비가 오기도 하고 잘 걷지 못하고 이상한 행동을 하며 의식을 상실하거나 전신 경련 발작을 하기도 합니다. 고온의 정도와 노출 기간에 따라 뇌세포는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고 뇌졸중처럼 장애를 남기거나 사망에 이르기도 합니다.
어르신들이 땡볕에 밭에서 일하시다 쓰러져 의식을 잃거나, 여름철 공사 현장이나 에어컨이 없는 무더운 실내 공간과 같이 열사병이 생기기 쉬운 곳에서 의식이 처지는 사람을 발견한다면 열사병을 의심해야 합니다.
즉시 119에 신고하고 서늘한 환경으로 환자를 옮겨 옷을 벗기고 환자의 체온을 떨어뜨려야 합니다. 숨을 잘 쉬는지 확인하고 급한 대로 환자 몸에 물을 뿌리거나 젖은 수건, 얼음 등으로 체온을 낮추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119 상황실의 전화 지시에 따라야 합니다.
격렬한 운동을 하거나 더운 날 건물 출입구마다 설치된 코로나 체온 측정장치에서 체온이 높게 측정되어 다소 난감했던 경험이 있는 분도 있으실 겁니다.
여름에는 상대적으로 체온이 더 높게 측정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온열 질환으로 인한 고체온과 감염으로 인한 발열을 딱 잘라 구분하기란 불가능합니다. 특히 열사병으로 인해 환자의 의식마저 저하된다면, 뇌졸중, 뇌전증(간질), 뇌염/뇌수막염, 패혈증 등 다른 위험한 질환과의 감별이 어렵습니다. 온열 환자가 많이 생기면 격리 병실이 부족하여 제주도의 응급의료체계가 마비될 수도 있습니다.
온열 질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입니다. 기억해야 할 네 가지는 물, 염분, 온도, 그리고 휴식입니다. 혹서기에는 군대도 야외 훈련을 자제합니다. 어르신들이 땡볕에 밭에서 일하시지 않도록 가족과 이웃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무더운 야외 현장의 근로자와 관리자들께서도 특히 신경 써 주십시오. 목이 마르지 않도록 물과 이온 음료를 드세요. 힘들면 시원한 곳에서 쉬세요. 에어컨을 아끼지 마세요. 병이 생기면 늦습니다. 큰 사회적 경제적 손실이 생깁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됩니다.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전 지구적 위기상황을 이겨내고 있는 것처럼, 예방을 통해 온열 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응급의학과장 정회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