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신경계간 관계 형성 질병 예방·치료에 중요
장내 미생물
“비만은 장내 세균과 관련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믿겠습니까?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고든(Jeffory Gordon) 연구팀은 2006년에 정상체중의 쥐와 비만한 쥐의 장 안에 존재하는 세균의 분포가 다르다는 사실을 보고하였고, 10년 뒤인 2016년에는 쉴만(Gerald Shulman) 연구팀이 장내세균이 비만을 일으키는 기전을 규명하여 보고하게 됩니다.
정밀의학/맞춤의학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세포 유전자 정보와 함께 미생물유전체(microbiome)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미생물유전체요? 인체 미생물유전체(마이크로바이옴; Human Microbiome)은 우리 몸에 존재하는 미생물과 그들의 유전정보 전체를 다룹니다. 인간과 공존하는 미생물의 유전자는 인간 유전자의 100배 이상인 약 330만 개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간의 유전자는 99.97%가 동일한 반면 인체 미생물은 80~90%의 유전자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인간의 다양한 질병은 우리 몸에 존재하는 미생물과 연관이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은 인체 내 미생물 중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장내 미생물을 통해 장관계와 신경계 간에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형성(장내미생물-장-뇌 축; microbiome-gut-brain axis)하고 있습니다. 장내미생물이 영양소의 흡수와 분해, 장내 독소물질 분비, 유전자 발현 조절, 신경 매개 물질과 면역 조절 물질 분비, 면역(염증) 신호 체계의 발현을 조절합니다. 장내 미생물이 과민성 대장 증후군,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대장암, 직장암과 같은 장 질환뿐만 아니라 아토피 피부염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 우울증과 치매와 같은 신경계 질환, 비만과 당뇨와 같은 대사질환의 발생에도 관련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장내미생물의 건강한 환경을 망가트리는 주된 원인으로는 육류 위주의 고지방 식사, 설탕 등 단당류를 포함한 고칼로리 섭취, 항생제의 오남용 등이 있습니다. 장 안에 서식하는 미생물은 음식물을 이용해서 성장하기 때문에 우리의 식생활 습관이 어떠냐에 따라 장내 미생물의 종류는 변하게 됩니다. 잘못된 식이습관은 장내 부패를 일으키고 유익한 균이 감소하는 등의 장내세균의 균형을 무너뜨리게 되는데요. 이럴 때는 유해균을 줄이고 유산균을 늘리는,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와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를 공급하는 것이 좋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란 ‘생명을 위하여‘라는 의미의 합성어로서, 마시는 요구르트를 개발한 러시아 과학자 매치니코프(Elie Metchnikoff)가 정의한 것입니다. 인체의 장내에서 건강에 유익한 역할을 하는 살아있는 미생물을 말하며, 주로 유산균이 해당됩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과연 무슨 역할을 할까요? 유해균의 힘을 차단하고 면역 기능이 잘 작동하도록 돕습니다. 우리가 쉽게 소화하지 못하는 물질의 소화를 돕기도 하며 비타민을 생성하고 영양분의 흡수를 돕는 일을 합니다. 프로바이오틱스가 함유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은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건강하게 가꾸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김치와 청국장 같은 발효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좋겠고, 요구르트와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구입해서 드셔도 좋습니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장내 미생물이 이용 가능한 복합 탄수화물로서 주로 식이섬유, 올리고당, 흡수되지 않은 당류 등을 말합니다. 이는 단당류로만 이루어진 단순 탄수화물과는 달리 우리 몸의 소화기관이 분해하거나 흡수할 수 없기 때문에 장내 미생물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맥(MAC; Microbiota Accessible Carbohydrate)이라고 부르지요. MAC을 섭취하면 장내 미생물 환경이 균형을 이룹니다. 이는 결국 장내 미생물이 우리 몸에 유익한 대사물질을 생성하게 하고 미량영양소에 대한 흡수력을 증가시킵니다. 우리 몸의 염증을 완화시키고 소화에 도움을 주기도 하며 혈당 대사의 조절에도 힘이 됩니다. 프리바이오틱스를 섭취하기 위해서는 주로 통곡류, 과일, 채소, 버섯, 해조류, 콩, 견과류를 통해 가까이 하면 됩니다.
서두에 언급한 것과 같이, 장내 미생물의 건강한 균형이 깨지면 비만의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속속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균형 잡힌 장내 미생물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숙제인데요. 핵심만 말씀드리자면 전통적 한식을 통해 식이섬유 섭취를 늘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에서 실시한 시민과학 프로젝트의 결론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매주 30가지 이상의 식물을 섭취한 사람이 가장 균형 잡힌 장내 미생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장내 미생물의 분포는 사람마다 모두 다릅니다. 그리고 장내 미생물의 균형은 식습관을 비롯한 생활습관을 통해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습니다. 개개인마다 다른 세포 내 유전자 정보와 함께 장내 미생물 정보를 이용한다면 정밀의학/맞춤의학의 실용이 보다 용이해질 것입니다. 맞춤형 프로그램(식이, 운동, 환경)을 통해 건강한 매일을 누려보는 것은 어떨런지요?
<진단검사의학과 김동렬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