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종양내과를 아시나요?
치명적인 혈액질환과 악성종양 환자 전문진료
“삼촌이 암에 걸렸다는 데 수술이 안 될 정도로 병이 깊다고 하네요. 병원의 어떤 과를 찾아 가야하나요?” 우리 주변에 이러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직업이 그래서 며칠에 한 번 꼴로 퇴근을 해서도 아는 분들의 전화 질문에 자문을 해준다. 종합병원에 가면 ‘혈액종양과(hematology oncology service)’라는 간판이 붙어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안과, 정형외과, 신경외과가 무엇을 하는 과목들인지 잘 알지만, 의료계에 깊이 관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혈액종양과는 아주 낯선 이름이다.
혈액종양과는 글자 그대로 혈액(피)에 생긴 여러 가지 병들(예를 들어서 각종 빈혈질환들, 혈소판감소, 백혈병, 혈우병 등) 뿐 만 아니라 암이라고 부르는 악성종양을 갖고 있는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돌보는 과이다. 혈액종양과 의사는 암에 효과가 있는 화학치료제와 면역치료제(이들을 합쳐서 ‘항암제’라고 부름)라고 하는 특수한 약들을 사용해서 암환자들을 치료하는 내과 또는 소아과 전문의다.
혈액종양의사와 구별되는 외과계열의 암 전문의사들(일반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이비인후과 등)은 암이 있는 부위를 수술로 떼어내는 치료를 하고, 방사선종양과 전문의는 방사선치료기라고 하는 특수한 대형장비를 사용해서 암이 있는 부위에 마치 빛을 쪼이듯이 치료를 한다. 혈액에 녹아들어 온몸을 순환하면서 작용하는 항암제들이 암세포들을 골라서 파괴하기는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부작용들을 갖고 있다.
성공적인 항암치료를 위해서는 항암제의 부작용들을 최대한 예방하고, 만일 심각한 부작용이 생긴 경우 피해를 최소로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항암치료를 주관하는 의사는 항암제 전반에 대해 폭넓은 전문지식과 풍부한 투약경험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이 항암치료의 전문성을 갖고 있는 과가 바로 혈액종양과이다. 고용량항암치료에 이어지는 조혈모세포이식은 혈액종양의사만이 할 수 있는 고도의 전문적인 치료기술이다. 이는 보통 사용하는 항암제의 양 보다 몇 배 심지어 몇 십 배 더 많은 양을 투여하여 아주 조금 남아 있는 암세포들까지 모두 없애려하는 적극적인 치료법이다. 다발성골수종과 악성림프종, 배아세포종, 일부 급성백혈병 같은 몇 가지 암 질환들이 이러한 치료를 통해서 매우 우수한 치료성과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량항암제만 투여하고 별도의 구제조치를 하지 않으면 백혈구와 혈소판을 만들어내는 골수의 조혈기능이 완전히 상실되어 목숨이 위험해진다. 이를 구제하는 방법이 바로 조혈모세포이식이다. 조혈모세포이식이란 환자의 건강한 혈액 씨앗세포들인 조혈모세포들을 고용량항암치료 전에 혈액이나 골수로부터 충분히 수집해서 섭씨 영하 180도에 냉동 보관해놓았다가 환자에게 다시 수혈하거나(자가이식) 이식에 적합한 조건을 갖춘 형제자매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기증을 받아서 수혈하는 치료이다(동종이식).
혈액종양의사는 암이 재발하거나 이미 다른 장기까지 퍼진 전이재발 환자들을 주로 진료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암 치료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경우 내과적 지식과 기술로 생명이 다할 때까지 편안하게 돌보아주는 완화치료자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암의 병세가 얼마나 깊은 상태인지를 알아보는 병기결정(staging)과 앞으로의 치료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도 관여한다.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인턴 1년 그리고 4년 간 내과나 소아과 전문의 수련기간을 거쳐 전문의 자격증을 갖추고도 추가로 2년간 혈액종양 전임의 과정을 마친 다음 분과전문의시험을 통과해야 혈액종양전문의사가 된다. 혹시 주변에 암환자가 있으면 혈액종양의사를 찾아가 상의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혈액종양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