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에 빠진 외국인근로자에게 한국의 따스한 정 나눠
환자, 보호자, 병원 임직원 등 성금 모아 전달
“감사합니다” 양다리를 절단한채 누워 있던 외국인 근로자 차이얀(44․태국)씨는 서툰 한국말로 연신 “감사합니다”만 반복했다. 부인 수달락(39)씨는 옆에서 말없이 감사의 눈물만 흘렸다.
7월 6일 오전 11시 제주한라병원 501호실에서는 국경을 넘나드는 따스한 온정이 넘쳤다. 두 다리를 잃고 실의에 빠진 외국인 근로자에게 같은 병동의 환자가족들과 간호사를 비롯, 병원 상조회 등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성금 146만원을 전달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소재 S농장(양돈장)에서 5년째 일하고 있는 태국인 차이얀씨는 지난 1월 26일 갑작스런 구토 등으로 응급실에 실려왔다가 패혈증 진단을 받고 입원했다. 전날 저녁 먹었던 음식이 잘못된 때문이었다. 차이얀씨는 입원초기 증세가 심각해 중환자실에서 사망할 수도 있다는 진단까지 받았지만 병마를 이겨냈다. 그러나 패혈증으로 인한 사지괴사증으로 지난 6월 23일 끝내 양쪽 무릎아래와 왼손의 손가락 두 개를 절단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외국인 근로자에 우리나라에 왔던 차이얀씨는 예상치 못한 사태로 난감한 지경에 빠졌다. 병원에 입원한 후 대학에 다니는 아들의 등록금을 보내지 못해 아들이 잠시 학업을 접었다. 한국에선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부인이 입국해 병실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뒤늦게 얻은 5살 딸도 걱정이다.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을 차치하고라도 양다리가 절단돼 앞으로 먹고 살 길이 암담하다.
이같은 어려움을 알게 된 같은 병실내에 있는 다른 환자와 보호자들이 먼저 차이얀씨를 도와주자고 나섰다. 남편이 입원해 한달넘게 병실에서 수발을 들고 있는 김종례(59․여)씨는 “타국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뜻하지 않은 병마로 두 다리까지 잃은 것을 보고 안쓰러운 마음에 환자 가족들끼리 성금을 모금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뒷꿈치가 빠져 기브스를 한 채 입원해 있는 정대욱(44)씨도 “비록 의사소통은 안되지만 타국에서 뜻하지 않은 병마로 고생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한국의 따스한 정을 보여주기 위해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같은 병동의 간호사들이 성금모금에 동참했다. 이어 제주한라병원내 간부상조회, 진료부상조회, 간호부상조회 등이 모두 가세해 차이얀씨 돕기에 나섰다.
성금을 전달하는 자리에 참석해 주위에 환자 및 가족과 간호사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던 김정우 제주이주민센터장은 ”두 다리를 잃고 실의에 빠진 차이얀씨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2달 정도 더 입원치료를 해야 하는 차이얀씨는 “빨리 완쾌돼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히고 “그동안 한국에 와서 열심히 일한 덕에 아이들도 공부시키고 생활형편도 좋아졌는데 병마로 인해 두 다리가 절단돼 앞으로 막막한 심경”이라고 하소연했다.